우메키타 공원과 단골 재철 해산물 이자카야
오사카에 오면 항상 가는 곳들이 있다. 다른 곳을 가봐도 더 나은 곳을 찾지 못해 다시 돌아가는 곳들이다. 사실 여행이든 일상이든 같은 식당에 또 방문하는 일 자체가 드문데, 이곳들은 재방문을 여러 번 한 만큼 이제는 단골이라고 부를 만 하다.
저녁에 들릴 단골 맛집에 대한 기대를 품고, 낮에는 오사카에서 아직 안 가본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우메키타 공원까지 걸어가서 잠시 피크닉 무드를 즐기는 계획.
이 풀밭에 앉아서 잠시 봄볕을 만끽했다.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우연히 공원 끄트머리에 있는 사인을 보고 발견한 Time out market.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갔던 구르메 맛집들로 가득한 시장이다.
계단을 내려가면 있는데 어딘지 유럽 같은 분위기도 느껴진다.
두근두근 어떤 맛집들이 있는 걸까?
알고보니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이곳 오사카에 2025년 3월에 생긴 것이라고 한다. 다양한 오사카 음식들부터 온갖 나라 요리까지 총 17개의 키친과 2개의 바가 있다.
빵집도 성황리에 운영 중이었다. 아직 평일 낮이라 사람이 꽉 차진 않았지만 다양한 일식, 양식, 아시아식 맛집들이 모인 푸드코트를 중심으로 가성비 있으면서 맛있어보이는 식당, 카페, 마켓 등이 모여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중 bio ral 마트에 들어가서 후리카케, 차, 반찬 등을 쇼핑했다.
마트 구경은 여행에서 가장 즐기는 것들 중 하나다.
다양한 요리를 바로 해먹을 수 있게끔 밑준비가 되어 있는 식재료들. 이런 것들이 있다면 정말 빠르고 쉽게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 수 있을 것만 같다. 물론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자주는 안 하겠지만..
다른 곳에서 잘 보지 못했던 로컬 크래프트 주류들도 있다.
Time out market의 분위기. 푸드코트처럼 다양한 키친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어떤 키친은 바 좌석들이 있어서 혼자 혹은 둘이서 먹고 마시기에 적합하다.
전세계 타임아웃마켓들의 포스터.
우연히 생긴지 얼마 안 된 곳에 들러서인지 사람도 생각보다는 적고 여유로워서 맘에 들었다. 배가 너무 부르고 저녁에도 많이 먹을 예정이라서 암껏도 사먹지 않았는데 다음에는 한 번 들러서 이것저것 맛보고 싶다.
https://maps.app.goo.gl/E2984VVdyWTYVniXA?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이곳은 마스터 혼자 운영하는 곳으로 일본어가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응대가 어렵다.
일본어를 잘 하는 분이라면 완전 추천!
매일 바뀌는 메뉴. 일본에서 이런 손글씨 메뉴에 주황색 하이라이터를 보면 일단 마음이 놓인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맛집의 상징!
이곳에서 처음 맛보고 반해버린 Heartland 하트랜드. 생맥주로 취급하는 곳이 많지는 않다보니 보이면 일단 시키는 편이다.
일본의 Kirin Brewery에서 만든 맥주. 유럽식 페일 라거로 1986년에 출시된 후 꾸준히 사랑 받아온 맥주라고 한다. 100% 맥아 사용으로 깊은 풍미와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다. 맥아의 풍미와 홉의 상쾌한 향이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고 깔끔한 맛.
대중적인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제품은 아니고, 조용히 꾸준히 팔려온 맥주라는 인상이 강하다.그래서인지 체인점보다는 로컬 식당이나 감각적인 레스토랑에서 더 자주 보인다. 첫 모금을 마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깔끔함이다. 쓴맛이 튀지 않고, 맥아의 고소한 맛이 부드럽게 퍼진다.
이날의 오토시. 카레 같은 양념에 버무린 재철 채소.
옆에 앉은 단골 아저씨가 1L짜리 피처로 하트랜드를 마시고 있어서 스몰톡을 나누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술고래를 ザル(자루)라고 한다는데 자루소바를 내놓는 소쿠리, 채처럼 술에 안 취하고 통과시키는 느낌이어서 그렇다고 한다.
刺身盛り合わせ(사시미 모리아와세 3000¥) 모듬 사시미다.
아래는 왼쪽부터의 설명.
- 縁側の昆布じめ(えんがわのこんぶじめ 엔가와노콘부지메): 엔가와(광어 지느러미살)를 다시마로 숙성한 요리. 기름기 있는 맛이 아니고 젤리 같음.
- 甘海老(あまえび 아마에비): 단새우. 입에서 녹진하게 녹아드는 맛. 그 아는 맛인데 아는 맛 중에 최고.
- 県イカ(けんさきいか 켄사키이카): 일본에서 고급으로 취급되는 오징어. 쫀득달달.
- 真鯛(まだい 마다이): 참돔. 너무 쫄깃하고 달다. 숙성 최고!
- ヨコワ(요코와): 어린 참다랑어. 살색은 선명한 붉은색보다는 연한 분홍빛에 가깝다. 씹을수록 은은한 감칠맛이 올라온다. 겨울~초봄 사이에 비교적 자주 보인다.
- カツオ(카츠오): 가다랑어. 살짝 익혀서 붉은살 특유의 철분감을 부드럽게 해서 매력을 극대화했다.
- 甘鯛(아마다이): 옥돔. 너무 달고 맛있다. 겉의 껍질을 아부리해서 기름이 싸악 올라옴.
- ホタルイカ(호타루이까): 반딧불오징어. 달달 짭짤 엄청 신선! 일본에서 봄을 대표하는 제철 해산물인데 봄철(주로 3~5월)에만 신선한 상태로 맛볼 수 있다.
오늘의 오반자이. 다양한 야채와 조개, 닭고기 등을 활용해서 간단한 가정식 요리를 선보인다. 뭘 시켜도 성공..! 이곳에 올때마다 엄청 배 터지게 먹으면서도 더 먹을 수 없어서 슬퍼진다.
ホタルイカ天ぷら(호타루이카텐푸라 800¥). 재철인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먹어봤다. 너무 바삭한 겉바속촉. 안에 내장의 녹진함이 약간 익혀서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1도 안 비리고 신선 그 자체!
オカハイ (오카하이). Dewars 12년산으로 만든 하이볼. 가성비가 가장 좋아서 오카모토상이 대표 하이볼로 밀고 있다. 각자 두 잔 정도씩 마신 것 같다.
牡蠣フライ(카키후라이 1000¥). 역시 오카모토에서는 튀김도 예술로 튀겨준다. 후라이는 텐푸라랑은 또 겹치지 않는 맛과 식감이라서 직접 만든 타르타르 소스(개꿀맛)와 함께 잘 먹어치웠다.
녹진한 굴맛이 담긴 겉바속촉 굴튀김은 항상 성공하는 메뉴!
うなぎ炙りの酢の物 (우나기아부리노스노모노 1800¥). 이것도 어디서도 이만큼 만족할 만한 대체제를 찾지 못한 오카모토 시그니처 메뉴. 소스에 부드럽게 잘 익힌 장어를 산뜻시원한 식초 베이스 국물에 담궈서 미역, 위에 곁들인 아삭한 양파채와 함께 먹으면 장어의 기름진 맛과 산뜻한 그외 모든 것이 너무 잘 어우러져서 아무리 배가 불러도 먹을 수 있는 맛. 고급스러운 조합이다.
超辛口 초카라구치 니혼슈를 한 합 마셔보았다. 깔끔해서 해산물과 다 잘 어울리는 적당한 일본주를 추천받아서 페어링해보았다.
カツオお茶漬け(가츠오오차즈케). 오차즈케를 먹고 싶은데 위에 생선을 올려주면 좋겠어서 오마카세로 맡겼더니 가다랑어인 가츠오를 듬뿍 올린 오차즈케가 나왔다.
은은히 짭쪼름하고 진한 맛이 나는 육수를 부어서 곁들인 시소와 함께 먹으면 바로 해장이 된다.
작은 이자카야에 오면 이렇게 메뉴에 없는 것들도 대화하면서 맞춤으로 만들어주는 경우가 있는데 히든 메뉴를 발굴한 기분이라 즐겁다.
梅酒のソーダ割り(우메슈노소다와리). 배부를 때도 술술 들어가는 매실주+탄산소다의 조합. 이상하게 여기서 마시면 매실주와 탄산소다를 섞은 비율이 좋은지 진하면서도 단 맛이 완성된다.
둘이서 이만큼 배터지게 재철 해산물과 술을 먹고 마시고 나온 금액! 물가가 올라서 예전보다는 비싸졌지만 여전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이 날의 끝은 이게 아니었다. 1차는 이자카야, 2차는 야키토리를 가는 테크를 종종 타는데 이 다음에 잠깐 반신욕으로 배를 꺼뜨린 후 단골 야키토리로 가는 원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