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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편견

by 글도장

언젠가 딸이 말했다.


"엄마, 나는 다른 사람이 말한 걸 듣기는 하지만 내가 겪은 걸로 판단해"


친구 사귐에 있어서 자기는 누군가의 평판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짧은 순간 아이에게서 배운다는 말이 스쳐 지나갔다.


고백하겠다. 사실 나는 편견이 많은 사람이다. 변명하겠다. 그것은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거라고.

걱정이 많기 때문에 위험을 피하려 하니, 미리 나름의 필터를 장착해서 걸러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엄청나게 까칠하게 사람을 대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그 편견은 확실히 작용해 왔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람을 잘 본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나 또한 그렇다.

특히 나의 기준은 '나와 비슷한 결인가 아닌가'이다. 연애에 있어 "비슷한 성향 혹은 반대 성향 어떤 쪽이 좋은가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늘 비슷함을 추구했었다. 비슷함이 주는 편안함을 중시해 왔고, 그래서 이 사람이 좀 다르다 생각하면 애초에 마음을 잘 열지 않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느낀 것이 있다.

다른 줄 알았던 사람에게 의외의 공통점을 찾고, 비슷한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리기도 한다.

친구 한 명이 있다. 예전엔 성격이 나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서로가 생각하는 것들이 많이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는 중이다. 반대도 있다.

신랑은 우리가 정말 비슷하다고 느껴서 결혼했는데 알고 보니 정말 다른 사람이라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결국 내가 느낀 것은

길게 보고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거다.
애초부터 인상과 겉으로 보이는 성향만으로 쉽게 이 사람은 나랑은 안 맞는 사람이다 여기고 다가가지 않는 건 내 손해가 아닐까.

인간관계 자체에 있어서도 편견이 있었다.


속을 터놓을 수 있는 관계만이 진정한 관계이고 그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온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과는 다양한 정보를 교환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과는 가볍게 수다를 떨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과는 건설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모든 관계들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여전히 중요한 건 하나 있다.

성향보다 결보다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주요 가치들, 의리와 신뢰 같은 것이 나와 같은지 이다. 소위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일단 그 관계는 의미 있다고 본다.

소중한 인연들이 가까이에 있을지 모르기에

앞으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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