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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슈 May 03. 2020

금강종주, 역풍에 대하여

이번 금강종주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역풍이다. 사전조사를 할 때 역풍으로 중도에 포기했다는 글을 여럿 보았다. 이미 제주도에서도 역풍으로 고생을 한 경험이 있는 우리지만, 상류에서 하류로 물길이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기도 했고, 군산에 가서 짬뽕을 먹는 것을 전리품으로 상상하기도 했다. 역풍이 있다고 한들 내륙에서 바다로 뻗어나가는 물의 흐름대로 따라가는 것만큼의 감동을 이길 수 있을까. 그렇게 미리 달려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청댐에서 군산방향으로 정했다.

1박 2일, 대청댐에서 군산까지 자전거도로만 약 150km 정도고, 터미널에서 대청댐까지 올라가는 거리까지 계산하면, 우리가 달려야 할 거리는 대략 170km 정도다. 그러면, 마지막 날 버스 시간표까지 계산할 경우에 첫날 100km 이상을 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첫날 104km, 둘째 날 64km를 달렸다. 잠은 부여에서 청했다.


역풍

먼저, 종주를 떠나기 전에 바람의 방향을 확인할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우리처럼, 바람보다 상류에서 하류로의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확인해보지 않아도 괜찮다. 그러나 순풍을 뒤에 달고 달리고 싶은 라이더라면, ‘윈디’라는 어플을 깔아서 바람의 방향을 확인하면 된다. 실제로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쏜살같이 지나쳐갔다. 우리는 언덕을 오르는 기어를 놓고 평지를 달리고 있을 때 말이다. 이번 종주는 최근 1년간 내가 제일 전력을 다해 달린 이틀이었는데도, 평균속도는 16km/h 정도다. 초반엔 18km/h로 유지하다가 점점 바람이 세지면서 떨어졌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쉼터에 자주 멈췄다. 멈춰 서면, 먼저 와서 쉬고 있던 아저씨들, 아들과 종주하는 아빠들 전부 역풍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심한 역풍에도 평속 25km/h로 달린다던 풀카본 mtb유저 아저씨. 아무래도 오늘 군산에 가긴 글렀다고 하시며 내일 돌아가신단다. (오면서 공산성도 둘러보고 오셨다는데, 그 여유가 부러웠다.) 그리고 아들과 달리던 아저씨는 결국 부여에 가기 전에 텐트를 치고 하루 종주를 끝내셨다. 우리에게는 텐트가 없고, 튼튼한 무쇠다리도 없으므로 부여까지 달렸다.

둘째 날, 익산 성당포구 인증센터로 가는 길에는 용안 바람개비 길이 있다. 그런데 바람개비들이 전부 바다를 보고 서 있다. 바람이 불어오니까. 바람개비가 무서운 소리를 내며 돌아갈 때, 우리는 겁먹으며 전진해나갔다. 아주 찔끔찔끔 힘겹게. 그래도 지난 일이니 지금은 즐거웠던 기억만 나고 역풍의 힘듦은 좀 사그라들었다. 역풍이 분다고 했을 때도, 우리는 하류를 향해 갔고. 아마 역풍을 경험한 지금도 왠지 하류를 향해 가고 싶다. 물줄기가 점점 넓어지고 확장되어 바다를 이루는 모습이 멋져서일까.



지나친 명소들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평소보다 예쁜 곳에서 사진도 많이 찍지 못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구경도 하지 못했다. 역시나 시간이 촉박하면 낭만이 사라진다. 다시 들려서 천천히 머물고 싶은 곳은, 대청댐. 대청댐을 오르는 길이 차도와 인도, 자전거 전용도로로 구분되어 있어서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다. 그리고 공산성. 성벽을 따라 걸어보고 잠시 머물며 책도 읽고 싶었다. 무령왕릉도, 공주와 부여의 국립박물관도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 어릴 적 다녀온 뒤, 첫 방문이다 보니 마치 외국에 나온 것 같은 신비함이 묻어있었다. 철새도래지에도 다시 오고 싶다. 구름 털이 휘날리듯 춤추던 갈대밭에도, 바람 불어 날리던 청보리밭에도. 궁남지 주변도 산책하기 아름다웠다. 그곳을 빠르게 지나치며 봤던 표지판 중에, 기억나는 문구는. “느려도 괜찮아요. 자연은 원래 느려요.” 그때 한참 역풍을 맞고 있던 터라 느려질 대로 느려진 나에겐 순풍 같은 문구였다. 허벅지 힘을 더 키워서 가족과 함께 금강종주를 다시 오고 싶다. 느린 자연을 천천히 감상하며 풍경에 젖어들면서.


에필로그

그렇게 군산터미널에 도착을 했는데 아주 많은 라이더들이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 되리라 당연히 생각했는데, 뜻하지 않은 변수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탑승을 하고 무사히 귀환했지만 역시나 자차로 이동하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소요경비 11만원(숙박+교통+음식)/1인


매향 평양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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