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감사한 연락을 받은 뒤로, 다시 책을 읽어보았다. 책 낸 지 딱 1년이 지난 후였던 2020년 3월 30일에도 글을 남겼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는, ‘헤어지기위해씁니다.’라는 제목으로 에필로그를 썼다. 나의 현재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만든 책이었고, 그 시기가 언제 오려나 기대하며 썼던 글이다. 그런데그순간이나도모르는사이지나가버렸다. 작년만 해도, 책에 적힌 나의 모습과 실존의 내가 너무도 닮았기에 창피했고 민망했더랬다. 그러나 지금의 시선에서는 당시의 나는 완전히 타자다. 며칠 전 재입고를 하며 책방 사장님과 대화하며 확실히 알았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 책 속에는 어리디 어리고 약하디 약한 한 아이가 2019년에 멈춰진 채로 남아있다. 과거의 내가 어리게 느껴지고, 분리된 느낌이 든다면 진정으로 헤어졌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새 역사를 써 나가기 충분해진 마음이다.
나는 너무도 어렸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렸으며, 어렸다. [감상평]
학교에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 및 동갑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내가얼마나어렸는지, 그리고 지금도얼마나 어린지 깨닫곤 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아직도 넘쳐나며, 배울 것도 느낄 것도 무수하다는 걸 실감한다. 배울 점 가득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설렌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친구들, 자기만의 궤적을 밟아 온 친구들이 내겐 거울이면서 자산이다. 멋지게 길을 걸어 나가는 친구들과 발맞춰 걷다 보니, 나도 충분히 그럴 동력을 가졌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멋지게살아가고있다. 시간이 아까운 만큼.
이제는 책 속의 내가 창피하거나 드러내기 어렵지도 않다. 도움이 될 많은 분들에게 책이 흘러가서 도움이 되길 바란다. 책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힘든 시기를 글을 통해 헤어지셨으면 한다. 자신의 과거 글이 너무 어리게 느껴질 때, 이 글에 공감이 갈 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