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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텐슈 Aug 22. 2020

나는 너무 어렸다+드디어 헤어졌다

책 낸 지 1년 5개월

한 달 전에, 내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감사한 연락을 받은 뒤로, 다시 책을 읽어보았다. 책 낸 지 딱 1년이 지난 후였던 2020년 3월 30일에도 글을 남겼었는데, 그때와는 또 다른 감정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는, ‘헤어지기 위해 씁니다.’라는 제목으로 에필로그를 썼다. 나의 현재를 청산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만든 책이었고, 그 시기가 언제 오려나 기대하며 썼던 글이다. 그런데  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 지나가버렸다. 작년만 해도, 책에 적힌 나의 모습과 실존의 내가 너무도 닮았기에 창피했고 민망했더랬다. 그러나 지금의 시선에서는 당시의 나는 완전히 타자다. 며칠 전 재입고를 하며 책방 사장님과 대화하며 확실히 알았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 책 속에는 어리디 어리고 약하디 약한 한 아이가 2019년에 멈춰진 채로 남아있다. 과거의 내가 어리게 느껴지고, 분리된 느낌이 든다면 진정으로 헤어졌다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새 역사를 써 나가기 충분해진 마음이다.

 

나는 너무도 어렸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어렸으며, 어렸다. [감상평]


학교에서 나보다 어린 친구들 및 동갑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어린지 깨닫곤 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게 아직도 넘쳐나며, 배울 것도 느낄 것도 무수하다는 걸 실감한다. 배울 점 가득한 친구들과 함께해서,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서 설렌다. 다양한 관점을 가진 친구들, 자기만의 궤적을 밟아 온 친구들이 내겐 거울이면서 자산이다. 멋지게 길을 걸어 나가는 친구들과 발맞춰 걷다 보니, 나도 충분히 그럴 동력을 가졌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래서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시간이 아까운 만큼.

 

이제는 책 속의 내가 창피하거나 드러내기 어렵지도 않다. 도움이 될 많은 분들에게 책이 흘러가서 도움이 되길 바란다. 책을 읽으시는 독자 분들도 힘든 시기를 글을 통해 헤어지셨으면 한다. 자신의 과거 글이 너무 어리게 느껴질 때, 이 글에 공감이 갈 때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다.


2020년 8월 22일.

시간이 또 흐른 뒤에,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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