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조각은 익명의 사연을 콘텐츠로 창작하는 미니 프로젝트입니다. 창작자의 시선을 담아 사연자의 이야기를 글, 사진, 그림 등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연
나의 가족, 나의 선물
제가 시작되었던, 제게 처음부터 있었던 가족에 관해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어요.
저는 사 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항상 집에 여섯 명이 북적이는 집에서 자랐어요.
어렸을 땐, 집에도 친구들이 많은 게 좋았고, 심심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10대 때는 집에서도 사소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싫었고, 같이 방을 써야 하는 게 싫었어요.
20대가 되고 나니, 언니들이 더 멋진 어른이 되어 나의 멘토가 되어주길 바랐는데 그렇지 못해 싫었고, 자랑스럽지 못한 가족들이 싫었어요.
얼마 전, 도망치듯이 독립을 했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많이 외로워졌어요.
집에 사람이 있는 게...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게 되었고, 모든 걸 혼자 해내야만 했어요.
그런데 집을 옮길 일이 있어서 이사를 해야 했는데 두 발 벗고 나서서 입주 청소, 짐 나르기를 도와주는 가족들을 보면서 문득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제가 부끄러워졌어요.
우리 가족은 항상 제 곁에서 저를 지켜주던 너무나도 든든한 사람들이었어요.
항상 저에게 있어서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가족이 그 누구보다 소중하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선물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이 사연을 적어 내려가면서 원래 제가 가지고 태어난 우리 가족이 '네게 가장 소중한 선물'이라고 인정받고 싶었나 봐요.
다채로운 조각 - 005
창작자의 시선
모두에겐 이미 채워진 자리가 있다. 그리고 채워진 자리는 쉽게 잊힌다. 우리는 금방 빈자리를 찾아낸다. 자꾸만 채워야 하는 자리가 보이고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 시간이 지나간다. 사실 우리는 빈 공간을 영원히 채우지 못할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공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 허탈해지지만 그제서야 채워진 자리를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이안은 자신에게 없는 것들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자신감과 숫기가 없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하기'를 적고, 항상 자신감 넘쳤다는 아빠의 모습을 상상하며 '아빠를 닮기'를 마지막으로 적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바라면서 부족한 점을 채워가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알아간다.
하지만 이미 채워진 항목들은 어디로 보내버린 걸까?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들을 바라기 때문에 성장하지만 이미 채워진 항목들로 인해 현재를 살아갈 수 있다. 이안은 아빠를 만나기 위해 떠나는 모험의 끝에서 결국 형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렸고, 가장 채우고 싶었던 빈자리가 이미 채워져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우리의 채워진 항목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원래 가지고 있는, 채워진 자리를 발견하는 것은 이안과 발리가 마법을 찾아 떠난 모험처럼 어려운 일이다. 채워진 자리는 거의 그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한자리에 계속 있었으니까. 그리고 언제나처럼 우리는 항상 제자리에 있는 것들을 쉽게 잊으니까. 그렇다면 사연자는 이미 마법을 발견한 것이다!
이안이 이미 존재하는 것을 다시 찾게 됐을 때 마법의 힘을 발견한 것처럼.
어떤 부재를 느낀다는 것은 이미 다른 자리를 넉넉히 채워주는 누군가가 있어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연자가 쉽게 잊힐 수 있었던 것을 다시 발견한 덕분에 나도 채워진 항목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창작자 배성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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