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의 시작>
최근 들어 나는 하루를 정리할 때,
몰스킨 플래너보다 더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낸다.
큰 포스트잇,
가끔은 작은 포스트잇,
가끔은 그것보다도 더 작은 포스트잇.
그 작은 종이 안에
오늘 하루 중 마음에 남은 한 장면,
작은 기쁨 한 줄을 적는다.
그게 전부다.
예전에는 하루를 평가하듯 정리했다.
“오늘 할 일은 다 했나?”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묻는다.
“오늘 어떤 순간을 가장 기억하고 싶을까?”
기록은 ‘완성’이 아니라 ‘흔적’이라는 걸
내 마음에 남기고 싶어서
이런 방법을 택했다.
제대로 쓰려면 부담도 되고, 시간이 더 걸린다.
그걸 핑계로 또 미루게 되니까
이제는 그냥 휙 쓰고,
나중에 한꺼번에 정리하기로 했다.
어릴 적엔 오글거리더라도
노래 가사랍시고 작사도 술술 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한 줄 쓰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글씨가 삐뚤어도 괜찮고,
내용이 단조로워도 괜찮다.
그날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붙잡았다면
이미 충분하다.
기록은 내 하루를 다시 색칠하는 일이다.
잊고 지나칠 뻔한 감정에 색을 붙이고,
그 색을 잊지 않도록 남겨두는 일.
요즘 나는 ‘갬성’ 글을 쓰긴 어렵다.
그래서 그냥 ‘팩트’만 나열해 버리는 날이 대다수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은 연습 중이니까.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기록은 그렇게
하루의 파편을 모아 다채로운 나를 만든다.
결국, 내가 남기는 문장은
‘하루’라는 이름의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