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의 시작〉
나는 어릴 적부터 문구류를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가졌을 땐,
내가 번 돈으로
예쁜 노트와 펜을 사 모으는 게 그렇게 행복했다.
아이들을 키우며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다시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의외로 단순한 사람이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날이면
아마존이나 테무에서
문구류 몇 개를 장바구니에 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사그라진다.
이 나이에도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문구류라니!
책상 위에 펜과 노트를 꺼내놓고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 사소한 준비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나는 매년 몰스킨 위클리 플래너를 쓴다.
새해마다 새 몰스킨을 뜯을 때의 그 행복함이란!
그런 따뜻해진 마음으로
좋아하는 펜으로, 좋아하는 노트에
이런저런 기록을 하고 있으면
시끄러운 세상은 잠시 멀어지고
나와 내 가족만 오롯이 남는다.
그 글씨에도 또 온도가 생긴다.
감정의 선을 긋고,
하루의 색을 남기고,
빛을 바라보며 조금씩 나아가는 하루하루.
워킹맘인 나는,
이제 내 돈이 온전히 내 돈이 아니게 된 사람이다.
그래서 이 노트와 펜이 나에게 왜 또 필요한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매번 어필한다.
“이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힐링이야~”
그래서 나는 오늘도
좋아하는 펜을 골라서,
좋아하는 수첩을 앞에 놓고,
이런저런 것들을 끄적거리며
마음의 중심을 찾는다.
그리고 내 안의 색깔 팔레트를 돌려가며
오늘의 색을 종이에 남긴다.
그건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의식 아닐까~
그리고 다짐한다.
나는 평생 행복한 문구 덕후로 늙어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