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매일의 조각들>
몇 년 동안 나는 내가 어떤 감정으로 살고 있는지조차 잘 몰랐다.
그냥 너무 바빴다.
결혼하고 1년 뒤 첫아이가 태어나고, 그 이후로 10년이 흘렀다.
지난 10년이라는 시간은
내 마음의 색을 볼 겨를이 없었던 시간이었다.
하루는 눈 깜빡하면 지나갔고,
기분이 어땠는지 되돌아볼 틈도 없었다.
아이가 생겼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10년은 너의 인생은 없어. 10년만 참아.”
그게 농담처럼 들렸는데,
지나고 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일하고, 아이 키우고, 끝없이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내 마음은 늘 가장 뒤로 밀렸다.
나의 하루지만, 정작 나로 채워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 아이들이 많이 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오히려 말라버린 땅 같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내 시간은 조금씩 늘어날 텐데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모두 ‘창의적인 것들’이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내 안에 작은 새싹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 새싹이 통 보이지 않았다.
마음의 흙이 메말라버린 느낌이었다.
내 나이 마흔.
앞으로 은퇴까지 남은 시간은
지금 살아온 시간보다 적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어느 날 갑자기 확 밀려왔다.
그때부터 나는
내 하루를 조금이라도 붙잡아두고 싶어졌다.
그래서 다시 기록을 시작했다.
큰 사건이나 대단한 날이 아니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아주 작은 장면들부터.
아침의 공기,
퇴근길에 잠깐 열린 마음,
아이들의 웃음,
잠들기 전 찾아오는 조용한 생각들.
이런 것들이 내 일상을 이루는 “작은 조각들”이라는 걸
그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다시 뭐라도 쓰고 그리고 싶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손도 마음도 머리도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아주 천천히,
정말 짧은 문장부터 적어 내려갔다.
그러자 흩어져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내가 놓치고 지나쳤던
다채로운 감정의 작은 조각들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이름을
〈다채로운 매일의 조각들〉이라고 붙였다.
큰 변화가 아니라,
한 겹 한 겹 쌓여 있는 작은 감정의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고 싶었다.
나는 아직 완성된 사람이 아니다.
여전히 변화하는 중이고,
천천히 성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에서는
내 일상을 이루는 작은 감정의 조각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