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의 시작〉
어느 날 하루의 정리를 모두 끝낸 밤.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아… 회색이다.
나는 색에 민감했던 아이였다.
글과 그림, 수학 과학을 모두 좋아했던,
감정과 호기심, 그리고 상상력이 뒤섞인 아이.
좋아하는 것도 많고,
그 모든 것을 격하게 진심으로 사랑하던 아이였다.
모든 장르의 책 속에서 감동을 받고,
또 모든 장르의 음악을 즐겨 들으며,
소설도 써보고, 연극도 써보고,
화가가 되고 싶기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다 저 먼 우주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천문학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색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 오면서,
언어의 장벽으로 글과 멀어졌다.
글과 멀어지다가, 엔지니어가 되었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림과 멀어졌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나의 다양했던 색들은 하나둘씩 옅어졌다.
언젠가부터 나는 ‘잘 살아가는 법’을 배웠지만,
‘느끼며 살아가는 법’은 잊고 있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안의 그 다채롭던 색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그래서 다시 무작정 써보기로 했다.
다시 그리고, 다시 느끼기로 했다.
잊고 지내던 감수성을 하나씩 되살려보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내 안의 온도와 색을 바라볼 수 있다면 충분하다.
이건 잃어버린 색을 찾아가는 나의 기록이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 ‘다채로운 인생’으로 돌아가는 이야기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