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의 시작>
어린 시절의 나는 세상을 무한히 사랑했던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모두가 나를 “이과형 아이”라고 불렀지만,
사실 언어도, 글도, 음악도, 미술도 참 좋아했다.
그 모든 세계가 곧 나의 세계였다.
소설과 비소설을 가리지 않았고,
장르도 상관없었다.
그저 모든 것이 다 재미있었다.
참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그리고 깊게
좋아하고 궁금해했다.
최근에 들어서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모든 걸 좋아할까?’
그저 호기심이 많은 걸까?
아니면 감정의 그릇이 큰 걸까?
새로운 세계와 인물, 관계를 상상하는 걸 즐기고,
그 속에 감정을 이입하며 몰입하던 아이였다.
현실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의 스펙트럼을
이야기 속에서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던 걸
또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엄청난 기쁨을, 슬픔을, 감동을 느낄 때의 즐거움이란!
이야기와 판타지 속 세상을 상상하는 즐거움이란!
매일 밤, 잠들기 전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잠이 들었다.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여섯 살 무렵,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생각하며 이불속에 누워 있던 그 밤이다.
매일 밤 이불 속에서 베개와 대화를 하다가 잠들었었다.
그때의 나는 아마,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이야기꾼이었을 것이다.
언제부터 그 짓(?)을 멈췄는지는
슬프게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상상력의 문이 닫혀버린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다채로움은 나의 뿌리이자 빛이었다.
감정의 파장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의 복잡함을 탐구하며,
무언가에 감동할 줄 아는 그 마음.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아이가 남긴 흔적을 따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시 글을 쓰고, 다시 느끼며,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