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

by 김선철

대략 2006년경부터로 기억되는데, 젊은이들 사이에 ‘간지’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이것은 대개 홀로 쓰이지는 않고 다른 말과 붙어 다닌다. 이 말이 크게 유행인지 ‘간지 나다’, ‘간지 패션’, ‘간지 스타일’ 따위가 몇몇 누리집에서 자동완성 기능의 대상으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젊은이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인터넷 옷가게 중에는 광고 문구에 ‘간지’를 대놓고 쓰는 곳도 보였었다. 여기서 ‘간지’는 ‘멋스러움’, ‘특이한 멋이 있음’이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간지’는 ‘느낌, 기분, 감각’ 등을 뜻하는 일본말 ‘간지’(感じ, かんじ)에서 왔다는 설이 강하다(그런데 정작 일본말에서는 이러한 뜻으로 ‘간지’를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런 설 가운데 그럴듯한 하나가 ‘일본풍이다’는 뜻으로 ‘간지필(かんじ+feel)이 있다’ 정도의 표현이 먼저 등장했었고, 그다음에 뜻이 변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다른 설은 이 말이 1970년대에 이미 연극 영화계나 디자인계 등 이미지 관련 업계 일반에서 쓰이던 말인데, 이것이 나중에 일반에 알려져 퍼졌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런 분야에서는 ‘간지’가 ‘의도한 느낌’ 정도의 뜻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간지가 나다’는 ‘의도한 느낌이 있다/나다’는 의미였는데 나중에 ‘멋스럽다’는 뜻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이러한 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일본과 일본말에 대해 지니고 있는 앞 세대의 그 어떤 거부감은 실은 이 분야에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데, 이런 분야가 연극 영화계 이외에도 건설, 기계, 의류 분야 등 적지 않다. 혹은 거부감이 있지만 생업 현장에서 당장 대체하는 데 공을 들이지 못한 여건 탓일 수도 있다. ‘간지’는 이들 분야에서 쓰이던 일본말 가운데 하나가 대중문화에서 각광을 받는 분야를 거쳐 일상생활에 퍼지게 된 것인데, 언어적 거부감이라는 것이 국가 간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면 적어지거나 별 외교적 마찰 없이 시간이 흐르거나 세대가 바뀌면 어쩔 수 없이 흐릿해질 의식이 아닌가 싶다. ‘간지’는 마지막 경우로 여겨진다.


[유래]

간지: かんじ >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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