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우리 외래어 중에 외래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어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카브라’ 혹은 ‘캬브라’이다(규범 표기는 ‘가부라’). 이는 바지의 밑단을 만들 때 밋밋하게 하지 않고 조금 접어 올려서 만드는 모양을 일컫기 때문에 ‘접단’, ‘밭접단’, ‘끝접기’ 등으로 바꿔 표현하는 방안이 제안된 바 있다. 그 어원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는데, 어떤 사전에 어원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채 일본말에서 건너온 것이라고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본말 사전에서는 그런 비슷한 말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고, 실제로는 ‘다부루’(ダブル, double)라고 부른다는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을 얻었다.
‘카브라’ 또는 ‘캬브라’가 서양말스러운 데가 있는데, 미국 영어로는 ‘커프스’(cuffs), 영국 영어로는 ‘턴업’(turnup)이다. ‘커프스’가 그나마 ‘카브라’와 비슷한데, 영어 ‘머신’((sewing) machine)이 일본어에서 ‘미신’(ミシン)으로 변한 것보다도 형태가 더 많이 변한 것이어서 그것이 어원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말 ‘카바레’(cabaret)가 때로는 ‘캬바레’로도 일컬어지므로 혹시 프랑스말인지 찾아도 보았으나 해당되는 것은 ‘르베르’(revers)란다.
어떤 일본 사이트에 따르면 예전에는 ‘가부라’(かぶら)라고 일렀는데, 이를 영어로 ‘턴업’(turnup)이라고 한다는 영어권 사람의 말을 ‘터닙’(turnip, 순무)으로 잘못 알아듣고 이를 순무의 당시 일본말 ‘가부라’라고 했다고도 한다. 실제로 일본말 사전을 찾아보면 ‘가부라’(かぶら)가 순무의 옛 표현이라고 되어 있다. ‘다부루’의 예전 말로 ‘가부라’를 언급하는 일본인의 유튜브 동영상과 온라인 봉제 용어 사이트가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것들이 신빙성이 있는 자료라면 일본말 ‘가부라’는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옛말에 해당되며, 영어 turnip에 해당되는 예전 일본말 かぶら가 그 유래라 할 수 있다.
언론 기사 중에 ‘카부라’는 1956년 9월 16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가부라’는 1957년 11월 14일 자 경향신문 기사에서 ‘카브라’는 1969년 11월 15일 자 매일경제 기사에 처음 나타났다. 현행 규범 표기인 ‘가부라’나 이표기인 ‘캬브라’는 나타나지 않는다.
[유래]
가부라: かぶら > 가부라/카브라/캬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