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by 김선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문장을 중학교에 진학하여 처음 접했을 때 받은 충격과 경외감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학교에서 접하지 못했던 이렇게 어려운 말들을 배워야 하니 앞날이 캄캄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철없던 시절이지만 이런 개념을 배우고선 남과 어떻게 어울려 살아야 하나를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던 듯하다.


그런데 인간이 이루는 사회도 인간처럼 각각의 개체로서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가 간 교류가 단적인 예이다. 국가는 대개 고유한 언어, 문화를 갖추고 있어서 왕래하다가 서로의 언어도 배우고, 문화도 수입한다. 그렇게 언어는 풍부해진다. 다만 우리가 겪었던, 언어가 사멸할 정도의 일방적인 침탈은 예외다.

일제에 의해 사라질 뻔했었던 우리말이 이제는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우리 문화 상품을 배경으로 세력을 넓히고 있다. 외국 여행에서 우리말을 하는 외국인들을 만나서 적지 아니 놀랐다는 경험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을 보면 극동의 조그만 약소국인 우리에게 어떻게 이런 때가 왔나 싶다.


이러한 교류 속에서 ‘오빠’라는 말이 케이팝 팬인 외국인에게는 남자 아이돌 가수를 뜻하는 등 몇몇 우리말이 외국에서 약간 다르게 통용되기도 하는데, 우리말로 건너온 외래어 또한 그렇다. 발음과 의미가 원래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외래어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다. 그러다 보니 이게 원래 어떤 언어에서 왔는지조차 알기 어렵게 변하는 수도 있다. 이른바 ‘언어 오덕’인 필자가 이를 알아내기 위하여 이리저리 뒤지다가 그것들이 걸어온 길을 알게 되면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외래어의 어원이나 변형 과정에 대한 이러한 필자의 관심이 특별한 기회를 맞아 한겨레 신문에 어설프게나마 쪽글들의 형태로 구현될 수 있었는데(2008.6.3. ~ 2010.5.11.에 주1회 연재), 이 연재에서는 그 글들 가운데 책 제목과 성격이 잘 맞는 것을 추린 다음, 맥락에 맞게 내용을 바꾸거나 보충하려고 한다.


준비하면서 다시 예전 글들을 읽어 보니 오타나 불완전한 문장, 잘못된 정보도 보여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 기회를 통해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이제부터라도 글을 쓸 때는 더욱 주도면밀하게 퇴고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이 연재에는 다음과 같은 점을 반영하려고 한다.


1. 외래어의 규범적인 표기와 흔히 쓰이는 관행적인 표기를 같이 넣은 경우에는 규범 표기 앞에 별표(*)를 붙인다. 이러한 쌍에서 별표가 없는 경우는 아직 규범 표기가 정해지지 않았거나 규범 표기화의 대상이 아닌 경우이다.

※ 외래어의 규범 표기는 아주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속어나 비어, 방언과 같이 공식 석상에서 쓰기 어려운 외래어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맞춤법은 표준어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방언에 적용되는 것은 따로 없다는 점과 같다).


2. 외래어의 규범 표기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제2017-14호(2017.3.28.) 및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 용례를 따른다.

※ 외래어 표기 용례 찾기는 https://korean.go.kr/kornorms/example/exampleList.do


3.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빅카인즈, 한국학자료통합플랫폼에서 외래어의 첫 쓰임을 최대한 검색하여 넣는다. 그러한 쓰임 정보가 없는 것은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찾지 못하는 경우이다. 다만, 낱말이 입말에서부터 출발하고 기록이 발굴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충분히 있으므로 여기서 제시하는 것이 해당 용례의 첫 쓰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밝힌다.


4. 유래를 정리할 때 로마자로 된 것 가운데 영어 단어, 일본 문자로 적은 일본어 단어, 한자로 적은 중국어 단어는 따로 언어를 밝히지 않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약자로 언어를 밝힌다.

※ 외국어 명칭 약자: (네)네덜란드어, (독)독일어, (라)라틴어, (서)스페인어, (스코)스코틀랜드어, (아)아랍어, (이)이탈리아어, (포)포르투갈어, (프)프랑스어


시중에는 이미 우리말에 대한 좋은 정보를 담은 책들이 많다. 그런 책들의 거의 대부분이 잊힌 또는 잊히고 있는 순우리말, 혼동되는 한자어, 맞춤법, 표준어, 순우리말의 어원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연재는 그런 주류에서 벗어나 주변 분야를 다루고자 하는데, 독자들께서 이 글들을 읽고 우리말의 이러한 미세한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신다면 반갑겠다. 또한 우리나라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아온 세계의 여러 언어문화권,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지구촌 사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맞게 된다면 그것 또한 글을 적는 보람을 더욱 크게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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