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과 고무

by 김선철

껌(gum)은 원래 중앙아메리카의 원주민 일부가 사포딜라 수액이 굳은 치클을 씹던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이것이 1860년경 미국에 전해져서 상품화되었고, 양대 세계대전을 통해 미군이 유럽 등 전 세계로 퍼뜨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껌의 원래 뜻은 ‘고무’여서 영어 사전에는 고무라는 풀이가 맨 먼저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고무가 외래어라는 의식은 껌만큼 많이 희박해진 듯하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프랑스말 gomme에서 왔다고 되어 있는 외래어이다. 그런데 바로 들어오지 않고 일본말 ‘ゴム’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흥미로운 사실 두 가지가 있다. 일본말 사전들을 보면 프랑스말 gomme 또는 네덜란드어 gom에서 유래하였다는 서로 다른 내용이 나온다. 이렇듯 외래어의 공급처를 제대로 알아내기가 힘든 경우가 더러 있다. 또 한 가지는 프랑스말 gomme에 해당되는 영어가 gum인데, 이 두 낱말의 어원이 똑같이 그리스어 kommi라고 한다. 즉 같은 말을 우리는 갈라서 쓰고 있는 것이다.


껌은 ‘걸’, ‘가이드’, ‘기어’처럼 ‘ㄱ’으로 소리 내지 않고 ‘가운’, ‘게임’, ‘골키퍼’처럼 대개 ‘ㄲ’으로 소리 내며 더욱이 적을 때도 ‘ㄲ’으로 적는 관습이 있어서 ‘껌’으로 굳어졌다. 반면 ‘고무’는 일본어를 경유해서 들어오다 보니 ‘곰므’나 ‘곰’이 아닌 ‘고무’가 되었다(프랑스어 표기 원칙에 따르면 ‘곰’이 원칙적 표기이나 관용 표기 존중의 원칙이 적용된 예임).


’껌’의 최초 쓰임은 1921년 1월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보인다. 여기서는 ‘추잉껌’의 오기로 보이는 ‘추링껌’이라는 표현이 쓰였다. ‘추잉’이 사라지고 ‘껌’이라고만 적은 것은 1926년 4월 조선일보 기사가 처음이다.


’고무’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20년 5월 동아일보 기사에서이다. 한편, 1923년부터 1986년까지는 ‘꼬무’라는 표기도 간간이 등장하였다.


이렇게 ‘껌’과 ‘고무’는 원래 같은 말인데, 어느 하나에 두 가지 의미가 다 붙어 들어오지 않고 의미에 따라 서로 나뉘어 정착되었다.


[유래]

껌: gum > 껌

고무: gomme(프) > ゴム > 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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