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 받고 싶은 1순위 선물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다. 제반 여건이 달라지니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느 기사를 보니 1960년대에는 졸업장을 말아서 넣어 보관할 수 있는 원통형 통, 1970년대까지는 만년필, 1980년대에는 손목시계, 1990년대에는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나 시디플레이어, 2000년대에는 정보통신 환경이 갖추어진 상황 때문에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전자제품이 뒤를 이었다. 그 이후 줄곧 노트북이나 태블릿 피시가 대학생의 필수품처럼 인식되면서 졸업 및 입학 선물이 되고 있다.
‘노트북’은 우리가 휴대용 컴퓨터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하지만 이를 원래 영어권에서는 공책처럼 얇다는 뜻의 ‘노트북 컴퓨터’(notebook computer) 또는 ‘랩톱’(laptop)이라고 한다. ‘랩톱’은 ‘랩톱 컴퓨터’를 줄인 말로서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영어권에서 ‘노트북’(notebook)은 무슨 뜻일까. ‘공책’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영어에서 이름씨로서의 ‘노트’(note)에는 ‘공책’이라는 뜻은 없고, 이러저러한 종류의 적은 것을 뜻할 뿐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응 관계가 이루어진다.
어떤 영어 낱말의 꼴을 줄여서 우리말화하다 보니(notebook → 노트), 그 말이 포함된 더 긴 표현을 줄여도 되어서(notebook computer → 노트북) 원어의 긴 말 두 개를 모두 줄여 쓰는 경제성을 획득했다고나 할까.
여기서 우리가 ‘공책’이라는 말을 두고 굳이 ‘노트’라는 영어를 썼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짐작해본다. ‘공책’이라는 말은 중세 시대에도 있던 말이어서 당시에 이것은 빈 한지에 세로로 된 선을 먹여서 책을 묶어 엮었던 물건을 뜻하였다. 근대 이후에 서양식 공책이 들어오자 이를 전통적인 한지 공책과 구분하기 위하여 ‘노트’라고 부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1923년 7월 5일자 동아일보 기사에는 ‘양공책’이라는 표현이 실려 있기도 하다.
‘노트’는 훨씬 먼저 등장하였던 것 같은데, 언론 기사로서는 1923년 11월 4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 처음 등장한다. 1969년 7월 29일 자 경향신문 등에서는 ‘노트북’이라고도 하였다. 이런 기사의 ‘노트북’은 영어에 밝은 기자가 제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적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한편, 노트북 컴퓨터는 도입 초기에 ‘컴퓨터 노트북’ 또는 ‘포켓 컴퓨터’로도 일컬어졌었다. ‘컴퓨터 노트북’은 1983년 4월 14일 자 경향신문 기사에서, ‘포켓 컴퓨터’는 1989년 5월 26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다만, 그 이전 기사나 광고에서의 ‘포켓 컴퓨터’는 휴대용 전자계산기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유래]
노트: notebook > 노트
노트북: notebook computer > 노트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