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세대 분들은 ‘찌지직’이라는 의성어를 접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지만 컴퓨터를 ‘끼고’ 학교 생활이나 직장 생활을 하셨던 분이라면, 특히 은행 계통에서 일했던 분이라면 도트 프린터(dot printer)가 적어도 5순위 안에 들지 않나 싶다.
도트 프린터는 헤드가 여러 개의 핀 뭉치로 만들어져서 이 핀들이 탄소 먹줄을 쳐 길게 이어진 프린트 용지에 글자나 도형, 그림을 찍어 내던 프린터이다. e-나라표준인증 누리집(https://standard.go.kr/KSCI /portalindex.do)에 따르면 이것의 산업표준에서의 정식 명칭은 ‘24핀 매트릭스 도트 프린터’였다. 이 명칭은 1989년 7월 당시 기술표준원이 이 프린터에 관한 전반적인 산업표준을 정하면서 같이 정하였는데, 2013년 1월 고시가 폐지되었다. 지금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듯이 아주 제한된 특정한 영역에서만 이 방식의 프린터가 사용되면서 대개 잉크젯 프린터나 레이저 프린터가 쓰이는 바람에 그런 사정에 봉착하게 되지 않았나 짐작된다.
이 도트 프린터가 프린터의 대세이던 시절에는 대항마로서 열전사 프린터가 있었으나 가성비 등 여러 면에서 도트 프린터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엄청나게 시끄러웠지만 도트 프린터는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던 기계였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돗’으로 적어야 하지만 1음절어라 자칫하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표기여서인지 당시에는 ‘도트’로 굳어졌는데, 지금은 영역에 따라 또는 어휘에 따라 ‘닷’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 산업표준에서는 ‘퀀텀닷’이라는 표현이 여기에 속하는데, 이는 국가기술표준원의 2021년 고시물 <나노기술 - 작업환경에서의 안전보건 지침>에서 볼 수 있다. 흔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 기업을 ‘닷컴 기업’이라고 해왔듯이 민간에서는 주로 2000년대 이후의 정보통신 분야에서 ‘도트’ 대신 ‘닷’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 예로 ‘닷모비’, ‘닷시스’ 등이 있다. ‘닷’이 본격적으로 쓰인 예로 맨 처음 등장한 것은 역시 ‘닷컴’인데, 미국의 대기업 아마존을 소개한 1999년 5월 31일 자 매일경제 기사에서 ‘아마존닷컴’이 맨 처음 등장하는 해당 표현이다. 이어 1999년 12월 13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론에서는 최초로 ‘닷컴기업’을 언급하였다. ‘닷컴’이라는 용어는 미국 등 외국에서는 1995년경부터 2000년 정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하반기에서 2000년 상반기까지 일어났던 정보통신 벤처기업에 대한 광적인 투자 붐을 일컬었던 ‘닷컴 버블’로 이어졌었다. 정보통신 분야는 아니지만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디자인센터가 주관하며 세계 3대 디자인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레드 닷 어워즈’라는 상을 표현하는 데 ‘닷’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했듯이 특정 영역에서는 아직도 ‘도트’라는 표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직물업계에서 ‘도트 무늬’라고 하거나 미술계에서 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도트 아트’라는 말을 쓰고 있다. ‘도트 무늬’는 드물게 ‘닷무늬’라고도 하므로 나중에 ‘도트 무늬’라는 말이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광학계에서는 ‘레드 도트 사이트’(red dot sight)라는 빛의 굴절과 반사를 이용한 조준기를 이르는 표현에서 ‘도트’를 유지하고 있다.
영어 dot를 ‘도트’로 최초로 표현한 개인 또는 단체가 누구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나, 언론 기사로서는 1982년 7월 18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서 dot를 최초로 ‘도트’로 표현한 바 있다. 이 기사에서는 잠실야구장에 설치된 가로 33미터, 세로 11.3미터로 된 당시 10억 원짜리 대형 전광판을 구성하는 약 3만 3천 개 소형 전구를 언급할 때 “점(도트 dot)”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프린터의 dot를 ‘도트’로 소개한 첫 기사는 1982년 10월 18일 매일경제 기사였고, 여기서는 신제품 전시회에 출품된 한 외국 회사의 도트 프린터를 소개하였다.
[유래]
도트/닷: dot > 도트, 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