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필카, 셀카

by 김선철


주말을 비롯한 공휴일, 경치가 좋은 곳이면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전문가용 고급 카메라도 마다 않고 가지고 나와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이를 두고 ‘전 국민의 사진가화’로 표현하는 분이 있을 정도였다.



1860년경 중국에 진하겸동지사은사(進賀兼冬至謝恩使)로 갔던 이의익이 러시아인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등 우리 조상이 사진을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 전이고, 1880년대에 우리나라에 사진관이 등장했었으나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 동안 카메라나 사진은 호사가들의 물건이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카메라가 흔치 않아서, 나들이하는 사람들이 다소 부담이 되는 금액을 무릅쓰고 유원지마다 입간판을 두고 자리를 지키던 전문 사진사들에게 사진을 찍곤 했다. 그 당시 ‘카메라’(camera)는 지금처럼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필름을 넣어 찍는 것이 유일했었기 때문에 ‘카메라’라고 하면 이런 필름 카메라를 뜻했다. 카메라 종류에 디지털 카메라가 더해진 이후 이는 ‘필카’로 줄여 부르게 되었다. 오히려 지금 카메라라고 하면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를 뜻하는데, 그 직전에는 필카를 몰아낸 디지털 카메라 즉 ‘디카’를 뜻하는 것이 ‘카메라’의 기본 의미로 여겨졌었다. ‘카메라’의 ‘카’가 뒤에 붙는 다른 줄임말로는 자기 자신을 찍는다는 뜻인 ‘셀카’(‘셀프 카메라’의 줄임말), 남몰래 찍는다는 뜻인 ‘몰카’(‘몰래 카메라’의 줄임말) 따위가 있다.



‘카메라’는 원래 ‘둥근 천장’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마라’(kamara),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 ‘카메라’(camera), 고대 이란어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언급된다. 물건 자체는 암상(暗箱)으로 번역되는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 핀 구멍이 뚫린 나무상자)가 전신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말이 카메라의 어원인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카메라가 영어를 통해 우리말에 들어왔다면 영어 발음(/ˈkam(ə)rə/)에 따라 ‘캠러’, ‘캐머러’ 또는 ‘캐머라’(영어의 낱말 끝 ‘어’가 때로 ‘아’로 들리기 때문에)가 되었을 텐데, ‘카메라’인 것은 일본말 ‘가메라’(カメラ)를 통해 들어왔거나, 영어의 철자가 토대였기 때문인 듯하다.



1920년 7월 28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 ‘카메라’가, 1924년 7월 22일 자 조선일보 기사에 이표기인 ‘가메라’가 처음 쓰였으나 ‘가메라’는 곧 쓰이지 않게 되었다.



[유래]

카메라: camera > (カメラ) >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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