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by 김선철


’서민의 음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짜장면과 라면이다. 그래서 흔히 물가의 지표 음식으로 이용되어 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정책 당국 또는 언론사에서 그 가격을 언급한다. 그 가운데 더 자주 언급되는 것은 라면인 듯한데, 라면이 상당히 가성비가 있기도 하지만 꽤 길게 보관할 수 있어 비상 식량으로서도 기능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라면은 중국어 ‘라몐’(lamian [拉麵]) 또는 ‘라오몐’(laomian [老麵])이 애초의 어원인데, 이것이 일본으로 들어가서 ‘라멘’(ramen)이 되고 나서 우리말로 유입된 것으로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음식 자체가 중국의 면 요리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원래 중국의 라면은 ‘당겨 만든 국수’라는 뜻처럼 국수를 손으로 뽑아 만든 면을 가리키며 요리 이름은 아니다. 그런데 명치유신 직후 요코하마 등 일본의 개항지에서 중국인들이 중국 남부식 면 요리를 만들어 팔면서 라면의 조상이 일본에 알려졌다. 이때의 명칭은 중국 국수라는 뜻의 ‘지나 소바’(支那そば) 등이었다. 여기에는 중국식의 뽑은 국수가 쓰였는데, 나중에 일본식의 자른 국수가 쓰이게 되는 등 일본화되었다. 즉, 일본의 라면은 중국 남부식 요리를 기반으로 하여 변형된 것이고 이름만 엉뚱하게 ‘라면’이라 한 것인데 그 과정이 밝혀져 있지는 않으며, 일본인들이 서로 비슷한 모양만 보고 붙인 이름이 굳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중론이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즐기는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한 일본인이 발명하여 대중화되었으며, 이를 ‘라면’이라고 하는 바람에 일본식 라면집에서 먹는 요리로서의 라면은 이름을 뺏겨서 ‘생라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라면’이라는 명칭을 뜯어보면 ‘라’는 일본어의 음차이고, ‘면’은 우리 한자음이어서 복합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초에 한자 원어를 모두 우리 한자음으로 읽어 ‘납면’으로 받아들였다면 외래 음식이라는 점을 명칭에서 알아채기 어렵지만, 두음법칙을 어긴 ‘라’ 때문에 외래 음식임이 드러나고 ‘면’ 때문에 면 요리의 하나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짜장면’도 전체를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적으면 ‘자장몐’, 기스면은 ‘기스몐’이나, 요리의 종류를 나타내는 부분인 ‘麵’은 우리말로 나타내고 있다.


언젠가부터 일본의 생라면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 우리나라에 생기면서는 우리 사회에서 ‘라멘’은 일식 생라면을, ‘라면’은 인스턴트 라면을 뜻하게 되기도 했다. 인스턴트 라면은 아시아권 각 나라마다 자기 지역민의 입맛에 맞는 것이 생산되기도 하고, 다른 나라 라면을 서로 수입해서 소비하고 있기도 하여 식문화의 교류에 기여하는 품목 아닌가 한다.


[유래]

라면: 拉麵(라몐)/老麵(라오몐) >ラーメン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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