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방

by 김선철


우리가 일반명사로 쓰고 있는 어휘 가운데에서 특히 외래어는 상품 이름에서 온 것이 많다. 물론 조미료를 나타내는 ‘미원’처럼 외래어가 아닌 것도 있으나 그 숫자는 외래어보다 훨씬 적은 듯하다. 일반명사화된 외래어 가운데에는 일상용어가 있는가 하면,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들만이 쓰는 전문용어도 있다. 예를 들어 ‘스트로보’는 미국 스트로보 리서치라는 회사의 상품명이었는데 사진 전문가 집단에서 카메라의 ‘플래시’ 대신에 사용된다.


이렇게 상품명에서 일반명사가 되는 일은 쉽게 이루어졌다가 그만큼 쉽게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승합차를 뜻하는 ‘봉고’는 상품이 성공을 거두자마자 승합차의 대명사를 넘어서서 일반명사가 되었고, ‘라이방’은 미국 바슈롬사의 색안경 상표 이름 ‘Ray Ban’이 일본식(혹은 베트남식이라는 주장도 있다)으로 변형된 것이어서 ‘색안경’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었는데,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선글라스’로 대체되었다. 또 바퀴가 한 줄로 되어 있는 롤러스케이트를 특정 제조사 이름인 ‘롤러 블레이드’라고 불렀던 때가 있었으나 지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로 바뀌었다. 들리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를 우리나라에 소개한 어떤 분과 그 동호인들의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설마 이런 것도 상품명이었나 싶은 것도 많은데, 특히 ‘본드’, ‘무스’, ‘스카치테이프’, ‘보톡스’, ‘포클레인’이 아마 많은 이들에게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포클레인은 흔히 ‘포크레인’으로 잘못 적히기도 하고 생김새로 보아 음식을 찍어 먹는 데 쓰는 서양 식기인 ‘포크’(fork)와 관련이 있나 싶지만, 실은 프랑스 포클랭(Poclain) 사의 상품명에서 유래하였다.


’라이방’이라는 표현이 베트남전에 파병된 군인들의 사진, 소포 등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다는 주장이 있는데, 언론 기사에서는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에 참전하기 전인 1959년 9월 동아일보 기사에 이미 보이므로 아마 사실이 아닐 듯하다. 대신 이 물건의 수입이 일본을 거쳐 이루어졌기 때문에 일본어식 표현으로 수입되었다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다만, Ray Ban의 일본말은 レイバン(레이반)이라는 문제가 있다. 혹시 앞의 ‘라이’는 ray의 철자식 발음이고, 뒤의 ‘방’은 일본말 バン을 들리는 대로 받아들여 합쳐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유래]

라이방: Ray Ban > 라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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