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커차/렉카

by 김선철


눈이 오면 아이들이나 연인들, 눈에서 즐기는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눈을 치워야 하는 처지인 분들, 미끄러운 길을 싫어하시는 분들, 자동차 운전이 꼭 필요한 분들은 특히 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택시나 버스와 같은 상업적인 탈것을 모는 직업적인 자동차 운전자들은 눈 때문에 사고나 교통체증이 생겨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눈이 쌓이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분들 앞에서는 눈이 올 때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기분을 조금은 숨겨야 예의일 터이다.


교통사고로 구덩이에 빠지거나 넘어진 자동차를 끌어내고 또 망가진 차를 정비공장까지 끌고 가는 일을 하는 자동차를 흔히 ‘렉카’라고 한다. 차의 일종이니 ‘카’(car)가 붙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실은 영어 ‘레커’(wrecker)가 변한 말이다.


영어의 wrecker는 ‘부수다’라는 뜻의 wreck에 행위자를 뜻하는 -er이 붙은 것이니까 파괴자라는 뜻이 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구난차(救難車)라는 뜻으로 쓰인다. 마치 우리말에서 ‘닭장’이나 ‘토끼장’ 따위의 일반적인 ‘장’ 안에는 닭, 토끼와 같은 가축을 넣지만, ‘모기장’은 모기가 바깥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일반적인 어휘 구성에 따른 의미가 반대되는 예에 속한다. 이렇듯 언어는 논리적 구성성을 따르지만은 않는다는 속성이 있다.


‘렉카’보다는 ‘레커차’가 바른 표현으로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데, ‘견인차’라는 표현도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왕이면 영어보다는 한자말이 더 쉬워 보이고, 뜻만 보면 ‘견인차’보다는 ‘구난차’가 더 합당한 것 같다. 견인차는 이른바 캠핑카라고 이르는 카라반이나, 화물용 또는 캠핑용 트레일러 등을 끌기 위해 견인 장치를 장착한 일반 차량도 일컫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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