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야스

by 김선철


속옷 중에서 얇고 잘 늘어나는 천으로 만들어 입는 반팔 또는 민소매 형태인 웃옷을 우리는 대개 ‘메리야스’라 이른다. 이 말은 스페인어 ‘메디아스’(medias, 스타킹/양말) 또는 포르투갈말 ‘메이아스’(meias, 양말)가 일본 말로 들어가서 ‘메리아스’(メリヤス)가 된 후 우리말로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본래 ‘메리야스’는 옷의 종류가 아니라 천의 종류를 가리키는 말로서, 뜨개질로 코를 서로 엮어 촘촘하게 짠 것, 즉 편직물을 일컫는다. 요즘은 이것을 외래어 ‘니트’(knit)라 이른다. 니트가 처음 발명된 것은 적어도 기원전 1000년쯤으로 추정되는데, 3세기 것으로 보이는 유프라테스 강변의 유물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한다.

천으로서의 메리야스는 처음에는 양말을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인다. 아라비아 지역에서 발견된 4세기 유물이 바로 양말이고, 유럽에 전파된 500년 경 이후 14세기의 영국과 프랑스에서 왕족과 귀족들이 이 양말을 신었다는 증거가 있으며, 15~16세기에 여성들이 이 방식으로 양말을 짜는 가내 부업이 성행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무렵 도버해협의 섬 여자들은 털실로 손뜨개질하여 짠 메리야스로 스웨터를 만들어 바다에 나가 일하는 남편에게 입히기도 하였다고 한다. 지금도 현존하는 언어 가운데 메리야스의 어원과 가장 가까운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에서 해당 낱말의 뜻이 바로 양말이나 스타킹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우리가 메리야스를 입은 것은 개항 이후이고, 이때 명칭이 지금과 거의 같았다고 한다. 그런데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메리야스 샤쓰’라는 표현이 쓰인 적이 있었다.


언론 기사에서는 1922년 10월 1일 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천의 종류로서 처음 언급되었다. 이러던 것이 언제부터 지금과 같은 속옷의 한 종류를 가리키게 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1946년에 한흥 메리야스 공장이 설립되면서 ‘메리야스’라는 이름으로 속옷 제품이 출시되었고, 이후 여러 속옷 제조 기업과 상표들이 등장하며 메리야스가 점차 천의 일종이 아닌, 지금 우리가 입는 속옷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여겨진다.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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