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항상 어렵다

by 김선철

저는 성인이 되고 직업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금껏 글쓰기로 밥벌이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주로 머무른 장르를 순서대로 적어 봅니다.


논문 - 공문 또는 보고서(가끔 신문 칼럼) - 논설문 또는 수필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습니다.


논문은 자기의 학문적인 주장을 근거와 논리를 동원하여 펼치는 글입니다. 뭔가 하나라도 자기 주장이 있어야 하지요. 제 분야에서는 마치 화학처럼 귀납적인 방법을 주로 펼칩니다. 그래서 먼저 자료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자기의 시각으로 분석해야 하고, 거기에서 나온 시사점과 결론을 우선 머리 속에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본론은 제일 작성하기 쉬운 부분이 됩니다. 그 다음은 결론이 쉽습니다. 본론과 새로이 드러난 사항을 요약하고, 남은 과제나 본 논문의 한계를 언급하면 되니까요. 서론이 가장 어렵습니다. 내가 왜 이 논문을 쓰느냐, 여기서 밝히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를 조리 있게 제시해야 합니다. 너무 장황하면 안 됩니다. 독자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어투는 학회장에서 발표할 때 사용하는 어투가 기본이 됩니다. 학문적인 문어체지요.


공직에 들어서니 문서의 양식이 아예 달라집니다. 이른바 가장 많이 작성하는 보고서에서는 개조식 문장을 구성해야 하고, 학교에서 배운 어법이 효율성이라는 이름으로 꽤 많이 무시됩니다. 예를 들어, ‘~하는 것이 바람직.’이라고 어근 요소로 문장을 마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개조식 문서의 특성상 명사나 명사형으로 끝맺음을 하는 이른바 명사문이라는 문장 형식을 취하는데, ‘바람직함’은 명사형이지만 ‘바람직’은 품사를 부여할 수 없는 말조각일 뿐이거든요.


그러나 개조식 문서에도 기승전결은 있어서 작문의 큰 틀은 유지됩니다. 어떤 사안을 상관이 이해하게 하게끔 도와주는 것이 보고서의 기본 목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잘 작성된 보고서라면 요점 정리는 물론 단락 구분과 단락 내부 구성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개조식 보고서를 만들다 보면 사안을 정리하는 눈이 길러집니다. 어투는 상관에게 정중하게 보고하는 문어체입니다.


퇴직을 앞두고 직장을 쉬면서 여기에서 어설프게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간 거의 발 담그지 않았던 장르인 논설문과 수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용은 당연히 그렇고 언어적 형식도 제대로 구사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퇴고를 십수 번 해야 그나마 흠 잡힐 곳이 눈에 잘 띄지 않네요. 왜 그런가 하면 제 말투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두서가 없고 쓸데없이 장황하기도 하고, 당황하거나 화가 나면 아예 말을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간혹 언쟁을 겪고 나서는 뒤늦게 ‘그때 이렇게 말할 걸...’하는 후회가 나중에 생기는 사람이거든요. 머리가 나쁜가 봅니다. 이런 말투를 장착하고 이대로 글을 쓰니 고칠 것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우리말 구어에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주된 것만 적습니다.


가. 문법적으로 복잡한 구조가 사용되지 않으며 단순함

나. 문장 이하의 짧은 형, 즉 어절이나 구로 끝냄

다. 짧게 발화되다 보니 조사나 문장 성분, 구나 절 등의 생략이 많음

라. 강조나 휴지 등을 삽입하여 어순이 자유로움

마. 반말체 등 구어체 어미나 조사(‘와’, ‘과’ 대신 ‘하고’ 등)가 사용됨

바. 구어체 부사(되게, 무지 등)가 사용됨

사. 축약이 잦음(일어나 → 인나, 그것은 → 그건, 하였 → 했 등)


글을 쓰면서 이런 것이 자주 나타나는 가운데 제가 스스로 관찰할 때 가장 잦은 실수를 범하는 것은 부사의 어순 영역인 것 같습니다. 퇴고하면서 엄청나게 수정하고 있지요. 내용상 이해는 되겠지만 수식 관계를 따지자면 엉뚱한 곳에 쓰인 조사가 많더군요. 조사의 과도한 생략도 많이 저지릅니다. 구어에서는 쉼이나 억양의 변화로 구현되는 것이 문어에서는 쉼표와 같은 구두점인데, 이것도 빠뜨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퇴고는 최소한 5번은 하게 됩니다.


억양, 힘주기, 발화 속도 등을 통해서 구어는 엄청나게 많은 부차언어적 정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서로 마주보거나 전화로 하는 구어 대화에서는 음성 연쇄 때문에 오해할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요. 그렇지만 부차언어적 요소가 제거되고 음성 연쇄에 해당되는 텍스트만 남게 될 수밖에 없는 문어에서는 자칫 오해를 사기 쉽습니다. 그런 오해로 인한 분쟁을 우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혹 목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는 온라인이건 원고지이건 여러 번 되읽어서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지나 않은지 충분히 검토하고 글을 완성해야 합니다. 메시지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가는 너무도 당연히 가장 먼저 확인해야겠지요.


그나마 온라인에서는 이모티콘이나 이모지를 쓸 수 있어서 오해를 줄일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경제성이 기본인 곳이니 이런 장치가 없다면 메시지가 길어져야 이런 오해를 풀 수 있겠지요. 예를 들어, 아무 이미지도 없이 ‘대단하십니다’라고 했다면 자칫 비꼬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대단하십니다^^’라고 하면 별 문제가 없을 테니까요. 이런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진심 대단하십니다’ 등등의 표현이 필요할 겁니다. 시나리오처럼 ‘대단하십니다(진심 어린 어투와 표정으로)’라고 적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의 글쓰기 문화가 이모티콘과 이모지를 언제 허용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당연히도 그것만으로 글쓰기가 완전히 편해지지는 않겠지만), 그 전까지는 익숙한 문어체 글의 완성도 높이기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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