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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얼 Mar 08. 2021

봄과 함께 오는 슬픔들

경칩이 지나고


절기가 우수(雨水)에 닿으면, 2월은 늘 지난 날보다 남은 날이 적어져 있어요. 

그때쯤 한 장 뒤로 넘겨본 다음 달 달력에 작은 글씨로 쓰인 '경칩'이 눈에 띄면,
저는 늘 두꺼비 모양을 한 이 조선시대 백자 연적을 생각합니다.



봄의 기척을 느낄 때마다 들여다보는 유물이예요. 


봄비에 젖은 땅을 들추고 나오느라 

머리에 진흙을 뒤집어쓰고도

호기심과 기대감에 들뜬 얼굴을 한 두꺼비.


이 두꺼비를 보면 저도 얼른 봄맞이를 해야 할 것 같은 

즐거운 설렘을 느끼곤 했어요. 



그런데 올해 경칩은

평소와는 다른 슬픔을 들여다보며 지났어요.

세상에 쏟아지는 소식들이

우산 없는 어깨에 바득바득 달라붙는 진눈깨비처럼

차고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었습니다. 






제 마음이 이래서일까 올해는,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았던 두꺼비 뒷모습 사진을 

오래도록 가만히 바라보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아직 세상은 봄이 다 되지 않았을 때, 

그러나 땅밑에서도 봄 오는 기색을 가장 먼저 알고 나오는 존재들,

그런 뒷모습에 어린 푸른 두려움과 슬픔도

귀하게 바라보며 살고 싶어요.








백자 청화 동화 두꺼비 모양 연적(白磁靑畵銅彩蟾形硯滴), 조선, 

높이 4.7cm, 너비 9.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박병래 기증, 수정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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