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을 앞두고
우수와 경칩은 겨우내 잠들어 있던 만물들이 봄기운에 깨어나는 시기입니다. 그 중 경칩驚蟄은 땅 속의 벌레들도 봄비에 놀라 바깥으로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놀랄 驚 자에 벌레 蟄 자를 쓰지요. 다만 벌레보다는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말이 우리 귀에 더 익숙하지만요. 이 두꺼비 연적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생김새가 독특하지요. 앞에는 구리 안료를 진하게, 뒤에는 청화 안료를 옅게 칠해 놓았습니다. 그래서 그 모습이 마치 불그스름한 진흙을 뒤집어쓴 것처럼 보입니다. 막 잠에서 일어나 불쑥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눈을 껌벅이고 있는 두꺼비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두꺼비 연적을 볼 적마다 경칩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푹신하게 젖은 흙길을 밟고 싶어지고요.
봄비를 기다립니다. 그만 자고 기지개를 켜야 할 것들, 흔들어 깨울 것들이 저에게도 많거든요.
백자 청화 동화 두꺼비 모양 연적白磁靑畵銅彩蟾形硯滴, 조선, 높이 4.7cm, 너비 9.1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수정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