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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다 조 Aug 04. 2020

로마에서 만난 그 오빠 -1

누구나 한 번쯤은 유럽 동행 로맨스를 꿈꾸지 않나요?

로마 여행 일정 중 하루는 바티칸 투어였다. 로마는 그냥 돌아보더라도 바티칸만큼은 꼭 투어를 해야 한다는 말에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미리 예약한 코스였다. 바티칸 투어 당일, 유랑에서 구한 동행과 약속 장소에서 만나 미팅 포인트로 향했다.


남자 동행과 둘이서 투어 대열에 합류하니 먼저 온 사람들이 혹시 커플이 아니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나는 그런 관심과 질문이 정말 싫었다. 내가 눈길을 주었던 사람은 유랑 동행이 아닌, 친구와 함께 로마에 놀러 온 그 오빠였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오빠는 여행 로맨스를 상상할만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었던 것 같다. 첫째, 키가 컸다. 심지어 한쪽 어깨에 꽤나 무거워보이는 dslr 카메라를 메고 있었다. 둘째, 듬직했다. 50명의 인원이 참여하는 단체 투어라서 10명씩 5개 조로 나뉘었는데, 그 오빠는 우리 조의 조장이었다. 투어 중 조별로 모여 인원 파악을 할 때마다 나는 제일 먼저 그 오빠 앞에 달려가서 눈을 마주쳤다. 그러면 그 오빠는 한 번 씨익 웃어주고 다른 사람들을 살폈다.


바티칸 투어가 끝나고 우리는 모두 개별 관광객이 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몇 번의 유럽 여행을 통해 투어에서 잠깐 만난 사람은 유랑 동행보다도 일회적인 관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오빠와 친구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나와 동행도 바티칸을 나왔다. 내가 바티칸에서 너무 그 오빠만 졸졸 따라다녔는지, 나의 동행은 혼자 투어에 참가한 또 다른 동행과 친구가 되어 함께 다니고 있었다. 셋이 된 우리는 바티칸에서 가까운 천사의 성으로 향했다.


"어? 그분들이신가?"


우리보다 훨씬 앞에서 걷던 남자 둘이 우리를 보고 아는 체를 했다. 그 오빠와 친구였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었다. '만난 김에 같이 돌아보자고 할까?' 생각을 다 하기도 전, 그들은 남은 시간 즐거운 여행 되라며 뒤돌아 가버렸다. 내가 혼자 너무 과하게 반가워한 것은 아닌가 흔들던 손이 뻘쭘해진 순간이었다. 우리는 다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대부분의 로마 여행자들은 바티칸 투어를 하는 날에는 투어 - 천사의 성 - 나보나 광장의 코스를 지난다.

그들과 다시 마주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저녁을 먹기 전, 우리는 나보나 광장에 들렸다. 동행들은 분수가에 앉아 있었고, 나는 나보나 광장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제일 마음에 드는 버스킹을 찾고 있었다.


노래를 감상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뒤돌아보니 그 오빠의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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