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착하다는 건 순수한 것이 아니라 멍청함이었음을 몰랐기에
평소와 다르지 않은
날들의 시간들이 쌓여갈 즈음,
돌이켜보니 왜 그리 아둔했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할 만큼 순진했고,
믿음이란 이름 아래 모든 것을 믿고 살았다.
지난 시간을 더듬어 보니
곳곳에 신호가 있었음에도
나는 그 모든 징후를 보지도,
보려 하지도 않았다.
맹신하듯 믿었고 맹목에 가까운 믿음이었다.
그래서일까.
뒤늦게 떠오르는 장면들마다
나의 멍청함에 뺨을 후려맞듯
부끄러움과 분노, 허탈함이
뒤섞여 현실감조차 들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상처를 입고도 무지해서
오히려 내 잘못을 찾으려고 애썼다.
“지난날의 나의 이기적이었던 순간들을 벌받는 걸까?” 하는 말도 안 되는 자책이
마음속 진흙처럼 퍼져 나갔다.
합리화도, 변명도, 결국 나를 보호하지 못했다.
그저 더 깊은 구렁텅이로 끌고 갈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참 안쓰러워
그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싶을 만큼, 아프고 외로웠다.
남편의 무례한 말과 말도 안 되는 변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날카롭게 나를 찔렀다.
그때는 몰랐다.
나는 믿음이 아니라,
믿고 싶음에 기대서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