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의 문
그 무렵의 나는,
작은 변화들 앞에서도 무지했다.
의심이라는 단어를
남편에게 생각해 보지 못했고
사소한 이상함들은 늘 그렇듯 바람 한 줄기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이라 여겼다.
핸드폰의 잠금 패턴이 자주 바뀌던 것도
어느 순간 날이 서기 시작한 말투도
대화 중에 자꾸만 멀리 떠 있는 눈빛도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요즘 많이 힘든가 보다
뭐라도 더 잘 챙겨줘야겠다며
위로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 믿음이 오히려 나를 가리고 있었다.
오랜 시간 다른 누군가와
오랜 대화를 이어가며
들킬까 두려워 흔적을 잘라내고 있었고
잘려 나간 조각들은 우리 가족의 신뢰 위에
보이지 않은 먼지처럼 쌓여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것을 눈치 재치 못한 채,
아니, 어쩌면 눈치 채고도
나와 같을 것이라 믿고 싶었기에
평온하다고 믿고 싶었던
내 세상을 붙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밤
소파에 않아 무심히 TV를 바라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남편의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같았다면 손 대지 않았을 물건을
어떤 이끌림으로
조심히 열어보았다.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릴 때처럼
숨겨져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고
그동안 '행복'이라 믿고 쌓아 올렸던 울타리에
치명적인 균열이, 아주 선명하게 그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전에는 알지 못했다.
일상의 작은 이상함들이 사실은
무너짐의 미세한 전조였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그 위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걸어가고 있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