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결심의 순간
나도, 아이들도 심리 상담을 받았다.
그 일들은
쉬이 치료되지 않을 것을
살아가는 내내 영향을 남길 것을
마음은 고통을 기억한 채 시간을 지나갈 것을
알기에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조금이라도 치유되길 바랐기에
그 마음 하나로 성실히 다녔었다.
상담을 받으며
내겐 가정이라는 공간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존재였음을
그러기에 더 아프고 힘들었다는 것을
상담을 받으며 그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순간
눈물이 치밀어 올랐다.
삼키고 눌러왔던 감정들이 상담을 받는 날이면
마음은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감정의 잔해들을 수습하느라
오랫동안 침묵했다.
아이들은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다.
웃을 때도 있고, 장난칠 때도 있고,
평소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담사와 마주 앉은 순간 깨달았다.
아이들도 이미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살아가며 또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마음의 패턴과 행동에
그 그림자가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졌다.
'부모 자격 없는 부모'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고, 미숙했고, 부족했다.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이들에게
상처를 겪도록 만든 것 같아 미안함이 끝없이 밀려왔다.
나의 고통보다, 나의 미움보다,
아이들이 겪게 될 불안과 혼란이 더 두려워
그 마음 하나 때문에
나는 다시 가정을 유지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때론 사랑 때문이 아니라,
부모의 책임과 죄책감.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를 향한 두려움 때문에
누군가는 가정을 다시 붙잡는다.
그러고 지금의 나는
그 사실을 부끄러움도, 자책도 아닌
그저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