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우리가 무너질 때, 가장 상처받는 사람들
끝없이 되물어도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무엇이 잘못된 건지,
되돌릴 수는 없는지.
되묻고 되물어도 명확한 답은 없었다.
속이 개운해지기는커녕 더 흐려졌다.
서로를 파고든 질문과 침묵은 상처만 쌓여 갔다.
피가 마르는 것 같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들의 말 없이 눈치를 보는 시간,
숨죽여 집안을 떠도는 발걸음,
묻고 싶은 말을 묻지 못하는 표정들.
그 모습 앞에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었다.
우리의 관계는 이미 회복할 수 있는 지점을 지나버렸다는 것을.
헤어지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였으리라.
정리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사랑받아 마땅한 시기에,
소중함을 지키려 노력하지 않은 부모를 둔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그 생각이 날카로운 칼로
나를 찌르는 듯 싶었다.
분노는 남편을 향해 더 자라났고,
미움은 내 안에서 끝없이 되풀이되었다.
하지만 분노 속에 또 다른 감정이 숨어 있었다.
인생을 잘못 살고 오점을 남긴 것 같다는 자괴감은
숨 쉬는 것조차 힘들게 했다.
지금껏 살아온 모든 시간이 잘못된 선택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면,
그 무게를 견뎌내기 버거워 마음이 조각나는 것만 같았다.
허나 서로에게 실패한 부부였을지언정,
부모로서까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고통스러운 순간에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부터가, 어쩌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