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지키기 위한 규칠들
남편은 달라지려 노력했다.
말투가 바뀌었고, 행동도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전과 같은 믿음이 생기지 않았다.
변한 모습을 보면서도 의심이 고개를 들었고,
나는 보이는 것만 믿게 되었다.
그렇게 서로를 마주한 두 사람을 보며
'참 불쌍한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낳았기에, 책임져야 했다.
미성년의 시간이 끝날 때까지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도, 내게도 힘이 필요했다.
몸과 마음, 정신까지 지켜내기 위해
다시 가족이 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규칙은 단순한 행동 지침이 아니라
오래도록 방치해 온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었다.
나는 그 규칙이 지켜진다는
조건 속에서 살아가겠노라 스스로에게 선언했다.
그리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엄마로서만 존재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했다.
쉽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하다
그 선택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음을.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나를 사랑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힘들 때도, 아플 때도, 지칠 때도
내가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먹먹했고,
스스로에게 미안해 한동안 숨이 막혔다.
그러기에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위로하고,
현재의 나를 보호하며,
미래의 나를 기대하려 한다.
아이들의 작은 손길과 웃음 속에서
나는 다시 살아갈 의미를 찾았다.
그 의미를 지키기 위해
규칙과 조건을 통해 나 자신과 세상 사이의 경계를 세웠다.
엄마로 살아가는 나와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나 사이의 균형은
아직 완벽하지도, 완벽할 수도 없지만
조금씩 맞춰가며 배우고 있다.
나는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과
그리고 언젠가 내 편이 되어줄 사람들과
남은 시간을 소중하게 채워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