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내 안의 나를 찾아서
조용한 거실에 앉아,
대형 텔레비전에 비춰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런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무엇이 나를 웃게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기억을 더듬거리며 오래도록 시간을 헤매이듯 비춰진 나를 마주하고선
내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았다.
두려웠을까.
나를 다시 찾아보는 것이
아니면 자신이 없었던 걸까.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하여 종이 한 장을 꺼내,
좋아했던 것들을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옷 사이즈, 좋아하는 음식, 싫어하는 것들은
단숨에 적어내릴 수 있었지만,
나 자신을 적어 내려가는 글은
오래 걸려도 여백을 채우기 어려웠다.
무엇을 믿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조차 가족이란 울타리를 만든 후
그 자리에는 나는 없는 듯했다.
다시 나를 찾아보려 한다.
좋아했던 책, 창가에 앉아 마시던 여유로운 차,
좋아했던 노래를 흥얼거리던 순간들.
그동안 내게는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리라.
이제는 조금씩, 다시 나 자신에게 시간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