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지 않던 곳에서
나는 오래도록 울었다

14. 동료로서의 관계 재정립

by 오늘




남편을 예전처럼

배우자로 바라보기는 어려웠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의심과 상처가,

그 시선을 막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다시 붙잡는 일은

내겐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선택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들이 있는 집,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

피할 수 없는 일상의 필요들.

부모로서 한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되었다.


같은 집에서 서로의 역할을 책임지는 동료처럼 느껴졌다.

감정을 기대하거나 상처받기 위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최소한의 균형을 유지하는 관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구조를 재설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때론 평화로웠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로맨스가 아닌, 안전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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