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지 않던 곳에서
나는 오래도록 울었다

2. 가난했던 시절, 절대적인 서로였을 시간

by 오늘




이른 나이에 시작한 결혼생활은

녹녹치 않아 소꿉장난을 하듯 시작했다.

흙 한 줌, 돌멩이 하나로도 잔칫상을 차릴 수 있었던

어린 시절 돈 한 푼 없이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 따듯한 놀이는 어린 시절의 행복이었음을

나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며 배웠다.

무모해서였을까,

무얼 모르는 철부지여서였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조차가 없을 만큼

경제관념이 무지했었다.

남편 또한 크게 다를 바 없었기에

우린 돈이 생기면 아이 분유를 사다 채워 넣었고

여윳돈으로 밀린 공과금을 내며

그런 허덕이는 생활을 서로에게 미안해하며

버터 내려 애썼다.

방 한편에는

곰팡이가 검게 침대 높이까지 번져있었다.

락스를 묻혀 흔적을 지워가기를 반복했던 터라

도배지는 늘 젖어있었고

눅눅한 벽과 함께

마음속 어딘가도 조금씩 곰팡이 번지는 듯했다.

당시에 남편이 하던 일이 여의치 않아

친구들 일터를 전전하며 일당 알바를 했었다.

큰 트럭을 밤새 운전도 하고 건설 현장도 다녔기에

잠 못 자고 기다리고 돌아오면 안도하던 그 시절,

신생아를 품에 안고 간식과 도시락을 늘 챙겨줬었다.

남편은 그즈음 다른 일로 전향했다.

불안했지만, 믿었다.

그 믿음이 우리가 가진 유일한 재산이었기에

돈도, 여유도 없었지만

서로의 존재만큼은 절대적이었다.

누구도 도와주는 이 없이 세상이 궁지로 몰아내는 듯했지만

서로가 힘이 되어 살아내었던

그 시절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단단하고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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