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추억도 버려야 하나?

여행의 추억은 영원히 남는 것

by 꿈마니

"설레지 않으면 버리세요."

전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아닌지 고민하지 마세요. 그 물건을 만질 때 여전히 설레나요? 그럼 남겨두세요. 더는 설레지 않나요? 그럼 버려야 합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집안을 정리하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병이라고 한다. 심리치료사 '케런 킹스턴'은 그의 저서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에서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낮은 자존감을 버림으로써 치료를 하였다고 한다.
​물건을 비롯해서 소중한 추억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과거에 집착을 하면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면 추억이 얽혀 있더라도 그것은 '유효기간이 지난 물건이라'는 것이다. 지극히 맞는 이야기이다.
특히 나쁜 기억과 경험일수록 더욱 그렇다.

​언젠가 나 역시 십수 년 지녔던 물건들을 며칠 동안 정리를 해서 버린 적이 있다.
그럼에도 과거에 집착하는 버릇에서는 여전히 못 벗어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행복한 기억보다는 쓰라리고 아팠던 기억은 고약하게도 기억에서 떠나보내기가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여행을 하면서 쌓였던 추억도 버려야 하는 것인가?

​'남는 것은 사진밖에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듣고 또 곧잘 하기도 한다. 그만큼 여행하는 동안 찍은 사진을 통하여 지난 여행의 즐거움도 기억을 해내고 그 기억을 통하여 장소나 활동 등도 더듬어 생각이 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십수 년이 지난 색 바랜 여행 사진을 꺼내어 보노라면 아무리 오래전 여행이라도 마치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사진을 보지 않았다면 안갯속 세상일 것들이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지'정도의 아련한 기억들이 색 바랜 사진으로 좀 더 명확히 되살아나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다.

​여행은 시각보다는 감각이다. 시각의 유효기간은 짧고 감각의 유효기간은 길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감각은 시각을 통하여 받아들이지만 시각으로만 머문다면 그것으로 추억은 시간의 저 편으로 사라지게 된다. 반드시 감각의 자리까지 도달해야 훗날 반추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충족과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가 아니던가. 그러니 과거에 집착을 버리고 필요 없는 것들은 다 버리되, 여행의 추억은 예외가 아닐까? 아니 나에게 있어서 그것만은 예외이어야만 한다. 그나마 숨 쉴 기억들이니 말이다.

난 오늘도 프랑스로 스페인으로 스위스로 그리고 아이들과의 제주도 수학여행으로 그렇게 추억여행의 시간에 빠져 나의 저 오래 전의 세계로 또다시 여행을 하는 중이다.

별난 행복을 느낀다.
다른 모든 과거의 기쁘거나 혹은 슬프거나 하는 추억, 물건 따위는 다 버리더라도 여행의 추억만큼은 늘 간직하고 때때로 떠올리는 것이 어떨지 싶다.
비움은 비움대로 움직이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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