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단상

바다는 안 보여요

by 꿈마니

'바다는 안 보여요'

카페 이름이다. 언젠가부터 제주 살기 열풍이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요즘 제주 살기 열풍은 열풍을 넘어 가히 광풍이라 할만하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라서 한 달 살아보기 대열에 동참을 하였었고 그 생활이 나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진한 추억으로 남아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긴 시간을 할애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제주 살기 열풍은 지칠 줄 모르고 꺼질 기미조차 없다.

'바다가 안 보여요' 카페는
"아니 왜 제주도인데 바다가 보이지 않아요?"
하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여행이란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일상에 쉼이 필요할 때 꼭 필요한 것이다.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의 삶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먹고사는 문제가 삶에 있어서 가장 시급한 일이기에 여가를 즐긴다는 것은 보통의 서민들이야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물론 지금과 같이 해외로의 여행이나 근사한 펜션 또는 먼 거리로의 여행 형태에 있어서 말이다.

우리의 삶이 먹고사는 것에서부터 해방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사라지면서 정서적인 면을 더 생각하게 되고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인생의 멋스러움에 삶의 해답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여행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그렇듯 이제는 여행이 우리 삶의 일부분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은 여행 방법에 있어서 점점 더 새로운 여행의 형태를 찾게 되고 유랑 생활을 하듯 이곳저곳을 떠다니는 여행에서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며 그 고장의 아름다움을 느끼고자 하는 이른바 장기 거주 여행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그것이 제주 살기 열풍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각종 미디어에서 방영을 하는 장기 스테이 프로그램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효리네 민박'이 아닐까.

난 이 시점에서 제주 살기 열풍이 가져오는 문제점들을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 언급을 하였지만 카페 이름을 '바다는 안 보여요'라고 지었다면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는 섬이고 섬은 반드시 어디에서든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바다를 동경하기에 제주도를 찾는다는 등식이 어렵지 않게 성립이 된다. 제주도에 가서 조금만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알 일이지만 바닷가에 자리 잡은 많은 카페와 식당들은 토착민들이 주인이 아니다. 거의가 외지인들이 주인이다. 이는 현지 토박이인 지인과 직접 제주도 방문 시 카페와 식당 등을 찾았을 때 확인한 결과이다. 제주도 바닷가는 외지인들의 정착 1번지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이다.

​ 우리가 접하는 이미지는 대부분 외부의 영향을 받는다. 자신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경우는 그리 많지가 않다. 제주도의 사진과 풍경을 소개하는 대부분의 방송과 미디어 속 제주도는 성산 일출봉이 바라다 보이는 옥색 바다 또는 마라도 해변과 송악산이 희미하게 보이는 푸른 바다, 즉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제주도 하면 먼저 바다가 떠오르는 것이 결코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바다가 전부인 걸까, 그리고 제주도의 매력은 모두가 바다를 품어야 하는 걸까?

상업적인 목적으로 설립한 방송의 기본은 이익의 실현에 있다. 이익 실현의 필수 충족 조건은 '광고'이고 광고 수입은 곧 시청률과 직결된다. 그러니 상업 방송의 프로그램은 사람들의 눈과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 집중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제주 살기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아니 사실은 그러한 분위기를 조장한 다양한 제주 관련 프로그램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효리네 민박'쯤 될까?

​"창문 열면 바다는 보이나요?"
"귤은 아무 데서나 손만 내밀면 따 먹을 수 있는 거지요?"
제주에 사는 지인은 외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제주도는 과연 그런 곳일까, 아니 어쩌면 제주도는 그런 섬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제주도는 분명히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고립된 섬이 아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행복한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고 고기를 잡으며 손님들과 여유로운 차 한 잔을 즐기는 것처럼 살지는 않는다. '효리네 민박'처럼 말이다.

​ 여행과 정착하여 살기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지금 우리가 꿈꾸고 바라보고 있는 제주도 살기의 열풍은 제주도에 정착하여 사는 것과 우리가 일상처럼 행하는 여행을 동일시하는 것은 아닌지 모른다. 사는 것과 여행은 그 목적과 방법부터가 전혀 다르다. 여행은 잠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지친 삶에 활력을 주고 재 충전을 하면서 자신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힐링의 성격이 강하지만 정착은 바로 삶으로 이어진다. 삶은 또 다른 전쟁이다. 지친 삶에서 벗어나 재 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라면 여행에서 답을 찾아야지 삶에서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더 큰 싸움을 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효리네 민박'의 주인공들처럼 결코 살 수 없다. 그것이 상업 방송이 가져다주는 '환상의 이미지'의 불편한 진실이다.

​ 그렇다고 제주 살기 자체가 부정적일 수는 없다. 제주도는 온통 바다가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저 깊은 제주의 내면을 살펴보면서 제주가 지닌 진짜의 매력을 생각하며 오랫동안 살아왔던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존중하는 삶. 그리고 여행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삶을 추구하고 미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새롭고 낯 선 곳에서 제2의 삶을 꿈꾼다면 과감히 도전할 일이다. 자연을 훼손하고 지역민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며 이기적인 생활 방식을 뽐내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딜 가도 그곳에는 현지인들의 잔잔한 삶이 오랫동안 녹아 있다. 그런 삶을 존중할 마음이 없으면 감히 떠나지 말아야 함이 옳다.

환상은 환상으로 끝내야 한다.

'효리네 민박'은 그들(주인공과 방송)에게는 현실일지 몰라도 일반인들에게는 환상이다. 게다가 얻어지는 이익의 대부분은 지역민들과는 상관이 없지 않은가.

상업 방송은 영리라는 목적에 충실하여 제 역할을 다 하듯, 우리 같은 여행자는 냉정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판단하는 역할 또한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 또한 편견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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