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과 산업 재산권 침해에 대해서
10여 년 전 중국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현지 시장 조사를 갔는데,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일들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짝퉁 삼성전자 매장에서 짝퉁 삼성전자 핸드폰을 팔고 있었다. 모든 제품이 다 조잡하게 중국의 다른 업체에서 만든 제품이었으나, 삼성 로고가 당당히 새겨져 있었다. 직원들도 당당하게 삼성 마크가 달린 유니폼과 명찰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매장 전체가 다 짝퉁이었다. 너무나 당당하게 영업하고 있어서 내가 도리어 비정상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동행했던 20대 후배의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비겁한 놈들, 이렇게 남의 것을 훔쳐 쓰다니.”
비겁한 놈들이라. 맞는 말이긴 하다. 나 또한 남의 지적재산권을 이렇게 침해하는 행태에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좀 찔리는 구석이 있었다. 나도 예전에는 저작권을 침해한 여러 음반, 책, 게임 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 시절이었던 80, 90년대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사실상 없었던 것 같다. 잘 몰랐고, 내 주위 사람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학교 안에도 여러 교과서, 전공 서적을 제본해서 팔았고, 친구들끼리 테이프나 디스켓을 이용하여 음악, 게임 등을 공유하는 것도 일상이었다. 어릴 적 봤던 만화영화도 지금 생각해 보면 상당수 불법 도용한 것들이 많았었다.
알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공모전이라는 것을. 그리고 지적재산권은 산업 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것만을 문제 삼으며 글을 쓰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는 이공계이고, 엔지니어이기 때문에 산업 재산권에 더 관심이 많고, 산업 재산권에 관련된 일들을 많이 겪었다. 그리고 4차, 5차 산업, AI시대가 곧 올 것인데, 이제는 더 이상 산업 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딱 명확하게 분류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많은 음악, 영화, 소설, 사진 등에 특허, 상표, 디자인이 들어가 있다.
산업 재산권 침해든 저작권 침해든 결국 시험을 칠 때, 몰래 컨닝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을 몰래 그대로 복제해서 사용하여 이익을 취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신입사원 시절 회사에서 부서에서 특허 업무를 맡은 적이 있었다. 생각한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허를 출원하기 위해서는 중학교 물리, 화학 지식마저도 잊어버린 듯한 인문계 특허 변리사를 열심히 설득해야만 했다. 당연히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만큼 어려웠다. 누군가가 우리 특허를 침해한 일이 발생하면 특허 내용을 구절구절 다 알기 쉽게 숫자와 공식, 도표를 우리말로 바꿔서 자료를 작성해야 했다. 변리사님이나 특허 부서에 실망한 부분은 그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이었다. 기술적 과학적인 발견과 해석은 무시하고 문구만 중요하다 생각하니 이해와 협조를 기대하기는 사실 어려웠다.
수학 문제를 컨닝 당하나, 국어 문제를 컨닝 당하나 컨닝 당한 것은 똑같은 것이다. 나는 저작권에만 관심을 가지겠다. 산업재산권은 난 모르겠다. 이렇게 말하면 곤란하다. 수학을 컨닝한 놈은 기회가 되면 국어도 컨닝할 것이다. 앞서 얘기한 짝퉁 삼성전자 매장은 통째로 카피했기 때문에 삼성의 CF, 로고, 디자인, 경영이념 같은 것까지 모두 카피한 것이다. 즉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나눠서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편협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불필요한 분란이나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컨닝이 주는 이익은 명확하다. 당장의 시험 성적을 좋게 할 수 있다. 단점 또한 명확하다. 다른 사람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나빠진다는 것이다. 그저 ‘나 혼자만 잘 살면 된다.’가 목표라면 계속 컨닝을 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계속 공부는 하지 않고 컨닝만 하다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정작 실력은 없기에 언젠가 크게 당할 날이 찾아오게 된다. 그렇기에 남들은 쉬운 길을 택하더라도 우리는 어려운 노력이라는 선택을 항상 했으면 좋겠다. 80, 90년대 우리 영화, 게임, 소설, 만화, 음악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남의 것을 공공연하게 베꼈는데도 결과마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류, K팝을 넘어 많은 문화 분야에서 주류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들이다. 그렇기에 자랑스러운 것이다. 실력이 있어야 당당할 수 있고 최고가 될 수 있다.
지적 재산권이 보호받고 컨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단순 규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권리를 등록하는 절차가 간소화 되어야 하고 제대로 된 심사가 필요하다. 지금의 현실은 절차는 복잡하고 심사는 엉망이다. 그러니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만 반복되고 있다.
적절한 로얄티가 지급되는 방안도 필요하고, 국제적인 협력과 규제도 필요하다. 쉽지 않고 복잡한 일이라 눈 감고 외면하기 시작하면 앞서 예로 든 사례처럼 아예 매장 전체를 짝퉁으로 당당히 만드는 일이 생기게 된다. 적절한 가격에 로얄티를 지급하고 쉽게 지적재산권을 빌려 쓸 수 있으며, 이 때도 적절한 법적인 관리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수없이 많은 회피형, 방어용 특허나 저작권은 점차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로얄티를 활성해 해야 하는 이유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그렇다. 가격이 있어야 피해 사실을 더 잘 증명할 수 있고 법적인 해결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특정 국가나 세력이 TV 프로그램, 제품, 드라마, 영화 등을 그대로 카피해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거나 보호해주지 않는다. 국가 주요 기관이 해킹을 당하거나 국가 기밀이 유출되어도 며칠 지나면 곧 잠잠해지는 현실이 때로는 무섭게 느껴진다. 무형의 자산이 4차, 5차 산업시대에는 자원이나 상품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다들 깨달았으면 좋겠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인식변화라 생각한다. 남의 지갑을 터는 것 보다 답안지를 훔치는 것이 더 질 나쁜 범죄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