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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거북이 Feb 09. 2021

사진첩을 뒤적이며, 새에 대해 추억하다.

삶에 추억 한조각을 녹인다

코로나 때문에 오랫동안 고향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뵙지 못하다가, 지난주에야 잠시 다녀올 수 있었다.

우연히 옛 추억에 젖어 옛날 사집첩을 뒤적이다가, 어릴 적 용두산 공원에서 찍은 사진 여러장을 찾을 수 있었다. 나와 내 동생이 무척이나 좋아하던 장소 중 하나였다. 공원에 있는 꽃시계를 좋아했었고, 공원에 떼지어 사는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것도 좋아했었다.


부산 용두산 공원의 꽃시계


비둘기 모이는 조그마한 자판기에게 살 수 있었는데, 마른 옥수수 알이었고, 한 봉지에 100원 또는 200원 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물가로는 꽤나 비싼 편이었다. 외할머니와 자주 같었는데, 매번 사달라고 졸랐으나, 내 기억으로는 한 번도 사 주신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비둘기에게 뿌린 모이를 몰래 한 알씩 주워모아서, 다시 비둘기에게 주곤 했었다. 그렇게하다가 한 번은 대학생 누나에게 걸려 야단을 맞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좀 야박한 일이었던 것 같다.


용두산 공원 초입길에서 외할머니, 여동생과 (83년도)


지금은 예전처럼, 공원에서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는 일은 아마 아무도 하지 않을 것 같다. 어릴 적 평화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는 지금은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닭둘기로 불린 지 오래이고, 어린이에게는 위협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 두 딸은 나와는 다르게 비둘기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가지기 어려울 것 같다.




내가 지금 살고있는 구미는 부산에 비하면 여러 종류의 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낙동강이 도심 한 가운데를 지나고, 주위에 농경지도 많아서, 오리, 왜가리, 백로, 꿩, 황조롱이 등 다양한 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많이 신기했었는데, 15년 정도 지난 지금은 그저 그려러니 한다.


겨울철에 왜가리 쯤이야 밖으로 나가면 만날 수 있다.


집 앞 '금오천'에서 산책을 하면, 오리도 볼 수 있고, 가끔 왜가리도 볼 수 있다. 7살 큰 딸은 매번 오리가 어떻게 물에 뜨는지, 뭘 먹는지, 왜 머리를 물에 넣고 발버둥을 치는지, 궁금하다면서, 지치지도 않고,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데, 설명을 해 주어도, 오리를 보느라 바빠서, 다 잊어버리고, 다음 번에 또 똑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오리와 우리 딸


왜가리는 사람을 좀 경계해서 가까기 다가서기 어려운데 어느 날, 딸 아이와 같이 금오천 산책 중에 물고기 잡기에 열중해서, 사람은 신경도 안 쓰는 대인배 왜가리를 만나게 되었다. 호기심에 바짝 다가가는 딸이 행여나 걱정이 되어서, 내가 계속 옆에 바짝 붙어 있어야 할 정도였다.


대인배 왜가리


나는 23살이 되어서야 처음 비행기를 타봤다. 그래서, 어린 시절 푸른 창공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은 어떨가? 무한 상상을 했었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처럼 날개를 달면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라는 어린이 다운 공상도 여러 번 했었고, 자연스럽게 새들을 동경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적당히 관심만 있는 정도이다.


꿩이랑 황조롱이는 나는 여러 번 봤는데, 이 놈들은 도대체 우리 딸 앞에는 절대 안 나타난다. 언젠가 만날 날을 고대해 본다.


꿩은 빨라서 사진 찍기 어려운데, 마트 앞에 죽어 있는 꿩을 찍은 적이 있다.




덧 - 황조롱이는 구미에서는 세 번 봤는데 한 번은 아주 가까이에서 봤다. 사람이 가까이가도 별로 겁내지 않던데 1m 정도 거리로 다가서자 발톱을 추켜세우며 살짝 경고하던데 발톱이 송곳처럼 날카로웠다. 구미가 아닌 다른곳에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걸 마지막으로 남긴다.


황조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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