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 패션 DPP 실무자로서, 요즘 현장에서 느끼는 것

2월 첫째 주 회고

by 다다정

2026년의 첫 달이었던 1월은 정말 빠르게 지나갔고, 2월 역시 정신없이 흘러가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유난히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image.png @CARE ID


나는 10년간 패션 산업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규제 동향을 분석하여 CARE ID의 디지털제품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의 방향성 안에 녹여내는 일을 하고 있다. DPP 의무화 시점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R&D 과제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고, DPP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은 새로운 영역이다 보니 나 역시 다양한 지속가능 섬유와 패션 프로젝트의 특성을 배우고 정리하며 R&D 과제 기획과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Screenshot 2026-02-07 at 11.51.01 PM.png


최근 공개된 제품 정책 수단(Product Policy Instruments)을 위한 섬유(Textiles) 분야 예비 연구(Preparatory Study) 제3차 마일스톤 워킹 문서를 검토하며, CARE ID가 그동안 준비해 온 방향이 EU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DPP가 임박한 지금 한국 산업, 특히 패션 산업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분명해졌다.


한국 패션 시장은 연간 약 40–50조 원 규모로 아시아에서는 의미 있는 시장이지만, 글로벌 메가 브랜드 단일 매출보다 작은 수준이며,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오랜 산업적 축적과 공급망 전통을 가진 구조도 아니다. 그동안 규제의 부재와 내수 중심 성장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ESPR 관련 문서에서 말하는 에코디자인 규정의 실제 적용 방식과 국내 패션 산업의 제조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최근 대기업 경영진과의 미팅에서 규제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규제대응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걱정을 안 하는 분위기라 걱정이 된다”는 말이었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했다.


이 간극은 브랜드들과 컨설팅을 진행할 때마다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게 정말 가능한 건가요?”, “현실적으로 말이 되나요?”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예 관심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지금처럼 데이터, 투명성, 그리고 순환 구조를 동시에 요구받는 변화 앞에서, 국내 패션 산업이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현실을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PP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와 서비스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어떤 곳은 규제 대응을 중심으로, 어떤 곳은 기술 중심으로, 또 어떤 곳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접근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흐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플레이어가 생기고, 시장이 커져야 산업도 함께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DPP를 단기적인 사업 기회로만 바라보는 접근들에 대해서는 고민이 있다. 규제 대응이라는 본질보다 “지금 수익이 된다”는 논리로 접근하거나, 명확한 기준과 충분한 이해 없이 키워드만 차용한 사례들을 현장에서 실제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브랜드 컨설팅 과정에서 이런 혼선을 겪은 뒤, 다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경우가 있었다.)


DPP는 단순한 기능이나 툴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데이터 흐름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기에 DPP는 한 회사가 혼자 만들어갈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브랜드, 제조사, 테크 기업, 연구기관, 정책 주체들이 함께 연결되어야 비로소 의미 있는 변화가 가능하다.


image.png @CARE ID


우리는 단기적인 규제 대응이나 기능 중심의 접근이 아니라, 실제 순환 패션이 가능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규제를 해석에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제품과 데이터 구조, 그리고 현장의 운영 방식까지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이 과정은 쉽지 않고, 스타트업으로서 감당해야 할 부담도 크다. 하지만 하나씩 기준을 만들고, 데이터를 쌓고, 현장과 연결하면서 브랜드와 제조사가 함께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직 완성되지 않은 규제 그리고 DPP(디지털제품여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