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가장 가까운 옷의 진실
이너웨어는 피부에 가장 먼저 닿는 1차 의복층(first-layer garment)이다. 브래지어와 팬티 같은 속옷부터 슬립과 캐미솔, 내복과 베이스레이어, 그리고 잠옷과 파자마까지를 포함한다.
팬데믹 이후 ‘편안함’은 하나의 스타일이 되었고, 라운지웨어와 파자마 룩은 침실을 넘어 일상으로 확장되었다. 트렌드가 달라져도 본질은 같다. 이너웨어는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신체와 밀착되며 마찰과 땀, 체온 변화 속에서 몸과 함께 움직이는 옷이다.
우리는 매일 밤, 무엇과 함께 자고 있을까
밤이 되면 우리는 가장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부드럽고 가벼운 잠옷은 이제 너무나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아침에 남은 작은 가려움이나 자극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친 접촉의 결과일 수 있다.
밤새 가장 가까이 있었던 것, 그 옷을 우리는 얼마나 의식해 본 적이 있는가.
합성섬유는 플라스틱 기반이다
오늘날 우리가 입는 옷의 상당수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 같은 합성섬유다. Textile Exchange (2024)의 Material Market Repor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57%는 폴리에스터다. 폴리에스터(PET)는 석유 기반 합성 고분자로, 화학적으로 플라스틱 계열에 속한다. 즉 우리는 매일 밤 플라스틱에 몸을 맡긴 채 잠든다.
하지만 동시에, 합성섬유는 세탁 과정에서 미세섬유(microfibers)를 배출하고, 이는 전 세계적인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보다 ‘면’이 나은 이유
이너웨어는 장시간 밀착되고, 열과 습기가 쌓이며, 마찰이 반복되는 환경에 놓인다.
폴리에스터는 소수성(hydrophobic) 특성으로 인해 수분 흡수율이 낮고, 피지 성분이 섬유 표면에 잔류하기 쉬워 냄새 축적이 보고되기도 한다. 특히 생식기 주변처럼 통기성이 중요한 부위에서는 열과 습기, 밀착이 겹치면 불편감이나 자극이 증가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면은 친수성 섬유로, 수분을 흡수하고 공기 순환을 돕는 구조를 가진다. 섬유 내부에 수분을 머금어 피부 표면의 과도한 습기 축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영국의 의료기관에서도 여성의 질 칸디다증 예방 조언 중 하나로 통기성이 좋은 면 속옷 착용이 권고된다 (NHS inform, 2025).
나 역시 속옷은 유기농 면과 무형광 제품을 고집한다. 무형광은 형광증백제 가공을 거치지 않아 피부에 닿는 화학 처리 부담을 하나 덜어낸 선택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섬유’보다 ‘가공’이다
자연섬유라고 해서 모두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잠옷과 속옷처럼 ‘길고 밀착되는 접촉’ 환경에서는 염료와 가공제에 의한 자극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일부 의류 화학물질은 인공 땀 조건에서 섬유로부터 이동해 피부에 흡수될 수 있으며, 특정 화합물은 피부 감작성 가능성도 보였다 (Carlsson et al., 2024).
또한 피부과 자료에 따르면 의복 접촉 피부염의 원인은 섬유 자체라기보다 염료, 마감가공제, 수지 처리, 고무 성분 등 화학적 처리 과정에 있는 경우가 흔하다(DermNet NZ, 2023a).
특히 폴리에스터에는 분산염료(Disperse dyes)가 널리 사용되며, 이 염료군은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의 비교적 흔한 원인으로 보고된다(DermNet NZ, 2023b; Hatch and Maibach, 2000).
케어라벨이 알려주지 않는 것 - ‘유해 우려 물질(SoC)’
아쉽게도 케어라벨의 섬유 혼용률을 통해 소재를 고를 수 있지만 우리 몸의 영향을 줄 수 있는 가공단계의 정보 (염료의 종류, 잔류 가능성, 마감가공제 정보)는 표시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EU의 ESPR(Ecodesign for Sustainable Products Regulation)이 왜 중요해지는지 설명된다. ESPR(규정 (EU) 2024/1781)은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며 ‘Substance of Concern(유해 우려 물질)’ 개념을 포함한다.
ESPR은 앞으로는 디지털 제품 여권 (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을 통해 '어떤 염료가 사용되었는지', '피부 자극 가능성이 있는 가공제가 포함되었는지', '시험·인증 정보가 존재하는지'를 더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설계되고 있다(European Union, 2024).
ESPR - DPP가 의무화되기 전 우리가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선택
장시간 밀착되는 이너웨어는 통기성 중심으로 자연섬유 옷을 선택하기
민감성 피부라면 염료·가공제 가능성 고려하기
소재 이름뿐 아니라 인증·시험 정보 공개 여부 확인하기
완벽한 옷은 없을지 모르지만 더 건강한 선택은 가능하다.
피부에 가장 오래 닿는 옷에 대해 우리는 충분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우리는 매일 밤 잠들지만, 피부는 그 접촉을 기억한다.
지속가능성은 지구를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몸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다.
Harvard References
Carlsson, J., Dostberg, A., Åström, T., Matyjasiak, J., Kallin, A., Juric, S. and Nilsson, U. (2024)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chemicals in clothing – Non-regulated halogenated aromatic compounds’, Chemosphere, 363, 142930. Available at: https://doi.org/10.1016/j.chemosphere.2024.142930 (Accessed: 2 March 2026).
DermNet NZ (2023a) Textile contact dermatitis. Available at: https://dermnetnz.org/topics/textile-contact-dermatitis DermNet New Zealand (Accessed: 2 March 2026).
DermNet NZ (2023b) Textile dye allergy. Available at: https://dermnetnz.org/topics/textile-dye-allergy (Accessed: 2 March 2026).
European Union (2024) Regulation (EU) 2024/1781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3 June 2024 establishing a framework for the setting of ecodesign requirements for sustainable products (ESPR). EUR-Lex. Available at: https://eur-lex.europa.eu/eli/reg/2024/1781/2024-06-28/ (Accessed: 2 March 2026).
Hatch, K.L. and Maibach, H.I. (2000) ‘Disperse blue dyes 106 and 124 are common causes of textile dermatitis and should serve as screening allergens for this condition’,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vailable at: https://pubmed.ncbi.nlm.nih.gov/10684387/ (Accessed: 2 March 2026).
NHS inform (2025) Thrush. NHS inform (Scotland). Available at: https://www.nhsinform.scot/illnesses-and-conditions/sexual-and-reproductive/thrush/ (Accessed: 2 March 2026).
Textile Exchange (2024) Materials Market Report 2024: Global fiber production reached 124 million tonnes in 2023; polyester accounted for 57% of total fiber production. Textile Exchange. Available at: https://textileexchange.org/knowledge-center/reports/materials-market-report-2024 (Accessed: 2 March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