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공감 하는 글쓰기
"우리 모두에게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쓰다 보면 제 삶에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고 나면 바깥 세상과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름 없는 존재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힘이 생긴다. 내가 글을 쓰며 배운 것들이다." - 고수리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서평을 쓴 이의성 시민기자는 말했다. '(에세이에서) 진솔함이야말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힘, 그 자체'라고. 그는 고수리 작가의 글에 대해 '표현할 단어와 문장이 마땅치 않다고 느꼈을 그 문득문득의 순간들이 한 편의 글에 온전히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의성 시민기자가 고수리 작가의 글에서 받은 느낌은 내가 사는이야기를 보며 드는 감정과 비슷하다.
지난 주말, 함께 당직근무를 하던 선배와 점심을 먹고 난 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는이야기의 매력이 뭔 거 같냐?'라고 내가 물었다. 선배는 특유의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말하기 난감한 듯도 했다).
"뭐랄까요. 조미료는 하나도 넣지 않았는데... 재료 특유의 향이 잘 살아서 맛있게 먹은 밥상 같은 매력이 사는이야기에도 있는 것 같아요. 지난번에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었는데, 저도 18년째 강아지 한마리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고 정말 크게 공감하며 읽었어요."
대부분의 사는이야기는 선배의 말처럼 생생하게 읽히지만, 간혹 몰입이 안 되는 사는이야기도 있다. 감동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운 글. 그런 글에서는 삶의 향이 나지 않는다. 지어낸 억지스러움마저 느껴진다. 그러면 어떻게 써야 할까. 솔직하게 써야 한다.
'내 이야기를 쓴 것 같다', '폭풍 공감한다'는 독자 반응은 그럴 때 나온다. 쓰는 사람도 읽는 독자도 뿌듯한 순간이다. 고수리 작가가 말했듯, 우리는 모두 '솔직함'이란 무기를 갖고 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서랍 속에 오래 방치해 둔 나만의 무기.
그런데 여기서 잠깐, 무조건 솔직하게 써 내려가기만 하면 독자들이 공감하는가? 아니다. 그 솔직한 문장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드러나야 한다. 독자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
이의성 기자는 같은 글에서 또 썼다. '내 이야기를 여과 없이 누군가에게 고스란히 드러내어 보인다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과정임에 분명하다. 반대로 고통스러운 그 과정을 인내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사람들의 공감, 그 힘은 결코 작지 않으리라'라고. 작가들의 글만 그럴까. 아니다. 시민기자들이 매일 써서 보내는 글 하나하나도 그렇다.
환자의 자존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요양원에서 마주한 할머니에 대해 쓴 사는이야기, 반려견의 마지막을 너무 고통스럽게 한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과 떠나보내야 하는 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가득 담긴 사는이야기, 연이은 취업 실패에도 단단하게 하루를 살아내는 청년의 사는이야기까지,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담아낸 사는이야기에서 편집기자는 '삶'을 배운다.
다음에 사는이야기를 쓰는 시민기자를 만나면 꼭 한번 물어야겠다. "사는이야기를 쓰면서 배운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이었느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