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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Sep 14. 2019

허둥지둥 메모하는 일, 참 좋은 글쓰기 습관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나쁜 기억력을 탓하지 마세요 

"그냥, 지금이 아니면 영영 못 갈 것 같았어요. 이대로 대출금 갚고 하다보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거든요. 어차피 삶은 어떻게든 흘러간다고 믿어요.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걱정들 하고 살았지만, 결국 잘 흘러왔거든요. 앞으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걱정하기보다 하고 싶은 걸 최대한 해보려고요."

그때 그가 내뱉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적고 싶어 대화를 마치고 헤어지자마자 허둥지둥 메모장에 적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운 기분이랄까. - http://omn.kr/1junt 이의성 시민기자


허둥지둥 메모장에 적는 일. 나도 자주 하는 행동이다. 메모지가 없을 때는 핸드폰 녹음 기능을 이용하기도 했다. 기억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사실 이번 글 내용도 잠자리에서 떠올랐다. 바로 메모하고 잤더라면 좋았겠지만, 덥고 귀찮아서 그냥 잤다. 후회할 걸 뻔히 알면서도.


다음날, '설마' 했지만 '역시나' 였다. '뭐였더라...' 뭘 쓰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동안 나쁜 머리 탓을 하며 기억의 끝자락을 찾아 헤매야 했다. 운이 좋아 겨우 생각이 나긴 했지만 기억을 못할 때가 더 많다. 그렇게 사라진 기사 아이템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책 한 권 분량은 될 거다.


글 쓰는 사람은 스치듯 떠오르는 글감을 꽉 붙잡아야 한다. 나쁜 기억력을 탓할 이유는 없다. 손이 조금만 부지런하면 되니까. 이런 일은 수시로 많이 일어난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하지' 싶은 아이의 말을 소재 삼아 글을 쓸 때, 친구들과의 수다에서 갑자기 어록같은 말이 튀어 나올 때, 감탄이 메모로 이어져야 글이 된다. 



핸드폰 메모장을 이용해도 되고, 수첩에 적어도 되고, 이도 저도 안 될 때는 나처럼 녹음 기능을 이용해도 된다. 녹음은 쑥스럽다고? 요즘 허공에 대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무선 이어폰이 낳은 풍경이다. 그러니 혼잣말을 너무 쑥쓰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건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굳이 적으면, 사람들이 내게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내가 뭘 하든 그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그러니 맘껏 녹음하자. 메모하자. 좋은 글감이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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