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대사가 해골에 담긴 물을 마셨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기분이 이랬을까. 다소 당황스럽겠지만(심지어 글을 쓰는 나도 그렇다) 똥을 싸다가 글쓰기의 자세에 대해 생각했다. 찰나의 순간, 어떤 깨달음이 왔다. 쓰다 보면 쓸 게 생긴다는 말은 역시 진리다. 연재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게다가 11살 둘째 아이가 이 글의 제목을 보고 숨이 멎을 듯 웃는 것을 보니 음… 이 글은 성지가 될 게 분명하다(브런치 에디터님 보고 계시나요? 음하하하).
글쓰기 자세라고 하면 대부분 글 쓰는 태도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하기 쉽게 써라, 말하듯이 써라, 문장을 짧게 써라, 매일 써라, 대상을 지정해두고 써라 등등. 나는 좀 다른 글쓰기의 자세, ‘체위’에 대해 말하려고 한다(님아, 그 생각하지 마오). 사실 ‘체위’는 억울하다. ‘체위=섹스’가 아닌데 사람들은 왜 이것부터 생각하는 것인지. ‘체위’라는 단어를 써도 될까, 하는 자체 검열에서 나는 자유롭고자 한다. 체위는 ‘어떤 일을 할 때 서거나 앉거나 하는, 몸의 일정한 자세’를 말하는 명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동사가 아니라는 말이다(어쩌면 혼자 난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