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인쇄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편집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전화기를 뚫고 나오는 것 같았다... '이제 정말 나오는구나'... 세 번째 책의 시작은 2000년 5월이었다. <소년의 레시피> <군산> <내 꿈은 조퇴>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를 쓴 배지영 작가가 자꾸 옆구리 찔렀다.
그해 초 종료된 연재기사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원고 있으니까 책 내라고. 아깝다고. 반드시 내 글을 좋아하는 편집자가 있을 거라면서. 망설이던 나에게 책은 편집자가 만드는 것이니 혼자 고민하지 말고 어딘가의 편집자를 믿고 계속 투고하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코로나 때문에 아무것도 못했어'라는 말을 하기 싫어서, 그 시간을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다. 거절당해도 그 어딘가의 편집자를 만나기 위해 계속 이메일을 썼다.
몇몇 편집자를 거쳐 지금의 편집자를 만났다. 그를 만나 기사를 책으로 만드는 과정을 다시 거쳤다. 그렇게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다시 쓰고 고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짜증이 막 나거나 괴롭진 않았다. 하나의 문단과 문장을 이렇게도 쓸 수 있고 저렇게도 쓸 수 있구나... 거 참... 재밌네... 신기하네... 매일 하는 일인데... 이 행위를 내가 아직도 신기해하고 재밌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읽기 쉽게 문장을 다듬고 좋은 문장을 쌓아 올리는 이 일을 좋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