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경 Jun 26. 2024

6개월 만에 돈이 들어왔다

[신간이 나올 때까지] 선인세

가뭄기였다.

6개월째 입금 0.


작가통장 이야기다.

원고를 보내는 곳에 한 달에 한두 개 꾸준히 납품(?)을 했는데 지난 1월부터 들어오는 돈이 없었다.


사정이 생겨서 늦어질 거라는

안내는 미리 받았다.

어쩌겠는가. 괜찮다고 했다.

때 되면 주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때 되면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돈은 이거 말고도 두어 건  있다.


기다리면 주겠지.

그래도 다행이지.

월급이 밀리는 건 아니잖아(이런 것을 '원영적사고'라고 하던가).


한편으로 생각한다.

내가 전업작가였다면.


다행이다.

아직 직장인이라서.


오늘의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고

내일의 내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은 이미 지났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순간 일하는 태도는 확실히 달라진다.


좀 더 겸손해진다.

나는 그랬다.

계좌가 이랬는데.
요래 되었으면. 현실은 늘 정반대.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다.

언제까지 외부 원고를 쓸 수 있을까.


청탁이라는 이름으로.

칼럼니스트라는 이름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많이 쓸 수 있는 때인지도 모르겠다.

현업에 있으니 이렇게라도 쓸 수 있는 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니 

겸손할 수밖에.

감사할 수밖에.


게으를 수 없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랬다.

누군가의 선택을 받는 직업이랬다.


그렇다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좋은 배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연기하지 않는 시간에도 배우는 늘 스탠바이 상태여야 한댔다.

그래야 감독이 불렀을 때 기대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고, 그래야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배우는 그래서 절대 게으를 수 없는 직업이라고 배우가 말해줬다.


작가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청탁 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청탁 받은 글만 쓰면서 살 수도 없다.


빈 시간에도 계속 글을 써야 하는 이유다.

틈만나면 누군가의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읽고 쓰고 또 쓰고 읽고.

이걸 반복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래야 누군가의 기대에 맞는 글을 써낼 수 있을 테니까.


나란 사람이 어떤 글까지 쓸 수 있는지

말해줄 사람은 나뿐이니까. 내 글뿐이니까.


런 마음으로

계속 쓰고 있다.


6월 20일

통장에 돈이 꽃혔다. 다음 <제목 >의 선인세.

6월 26일

통장에 돈이 꽂혔다. 그것도 여러 번. 한 곳에서. 밀린 원고료를 받았다.


입금이 전부는 아니지만

입금 됐으니 써야 한다.


배우도

작가도 

이건 피할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