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웠다. 친구 홍은 아이친구엄마. 큰아이 세 살 무렵부터 같은 어린이집을 다녔다. 초등학교 교사인데 뭐든 맡은 일(어린이집 반장 엄마)을 시원시원하게 해내는 친구였다. 사회에서 만나기 어려운 또래라 그랬는지 금세 친해졌고 그 인연이 십여 년을 지나 지금에 이른다.
때는 방학. 개학하기 전에 얼른 만났다. 몸이 좀 나아지기를 기다렸다가 만난(사실 다 낫기를 바랐지만 흑흑) 모처럼의 나들이였다. 모처럼 만난 만큼 이런저런 이야기가 폭풍우처럼 지났다. 10시 반에 만났는데 3시... 수다엔 끝이 없구나. 집에 데려다주는 길에 홍이 말했다.
"책 좋더라.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겠어. 글도 그냥 술술 읽혀. 너 글이 좀 나아진 것 같더라."
"응? 아 그래? 그렇게 느꼈어? 독자님이 글이 나아졌다고 하니 기분이 좋네. 하하하."
"이번이 두 번째 책인가?"
"아니지, 네 번째야."
"뭐야, 또 뭐가 있지?"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했다.
"자갸, 홍이 내 글이 좀 나아졌대. 그 말이 어찌나 웃기던지."
"음... 뭐야. 자기의 진심은 뭐야. 내가 책을 몇 권을 낸 작가인데, 글이 나아졌다는 말을 하지? 뭐 그런 마음인 거야?"
"아니 전혀. 홍은 사실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사람도 아니잖아. 그저 지인이라는 이유로 내 책을 성실히 꾸준하게 읽어주는 독자잖아. 그런 독자가 내 글이 좀 나아졌다고 하니까, 뭐랄까. 뭔가 일반적인 독자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뭐 그런 기분인데... 전혀 기분 안 나쁘고, 오히려 좋더라고. 만날 똑같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좀 더 나은 글을 썼다는 말을 들으니까, 어쩐지 찡 하고 감동이었어."
"그럴 수도 있겠네. 그 친구가 좋은 거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을 거야."
"응.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말을 이미 들었다.누구한테? 회사 후배에게. 왓? 그렇다.
처음 제목에 대한 글을 구상할 때부터 부러 의견을 물었던 후배였다. 당시 '제목의 이해'라는 타이틀도 좋다고 해주었고. 첫 기사에 대해서도 "너무 좋다"라고, 심지어 "완벽하다"라고 해주었다. 내 글의 대부분을 봐준 후배라그랬는지 이런 외람된 말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좋을 것 같다. 나 듣기 좋으라고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당시 카톡 기록이 남아 있어 옮겨 본다.
"선배께 감히 이런 말씀드리기 외람되오나 뭔가 선배의 글이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ㅋㅋ 에디터로서는 그렇게 느껴요. 설레는 글입니당! 저 독일어 아주 마음에 드네요. 덕분에 저도 배웠습니다. 제목을 심자!"
후배의 극찬을 받은 글은 <이런 제목 어때요?> 1부 '제목의 안' 첫 번째 글 '잘 심은 제목'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