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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Sep 21. 2024

제목 찾다 길을 잃었을 때

[독자에게 물었어] 차유진 배우님이 읽은 <이런 제목 어때요?>

안녕. 특집으로 준비한 코너라서 분위기 좀 바꿔봤어. 어때? 새롭나...(제발 그렇다고 해줘)


22년째... '아직은' 좋아서 편집기자 일을 계속하고 있어. 일이 좋은 이유 하나가 뭔지 알아? 일을 하지 않았으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을 만나고, 그의 글을 읽고, 생각에 공감하고 빠져드는 즐거움이야. 내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은 나이 대도 다양하고 직업들도 천차만별.


차유진 배우님.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산부인과 간호사 역을 맡으셨을 때.

그 사람들 중에는 배우도 있어. '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차유진(9월부터는 김지성이 아니고 차유진이다. 활동 이름을 바꾸었다 한다)도 있지. 차 배우는 한 달에 딱 한 번 글을 보내. 더 자주 쓰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딱 이 정도가 좋대.


촬영 일정과 겹칠 때를 대비해 원고도 미리미리 쟁여 놓는 부지런한 사람이야. 신기한 게 뭔지 알아? 그는 오로지 핸드폰으로만 원고를 써. 그래서 차 배우가 보내오는 초고는 언제나 한 문단이 통째로 들어와. 나는 제일 먼저 문단을 나누는 것으로 글의 편집을 시작해. 차 배우는 컴맹이라 미안하다면서 이 부분을 늘 고마워 하셔.


그렇게 배우 에세이 연재를 1년 8개월째 이어가고 있어. 이번에 보니 어느새 20화를 넘겼네. 글 쓰는 배우는 있지만,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배우는 흔치 않아. 차 배우랑은 가끔씩 만나서 글쓰기와 사는 이야기, 책 이야기 등을 나누기도 해.


내가 말야... 차 배우님 등장하시는 드라마 <멱살 한번 잡힙시다> 본방 사수한 사람이야. 나는 오티티 잘 안 본다고.


이번에 보낸 글을 편집하다가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에세이에 '배우'와 관련된 이야기는 가급적 빼고 싶대. 배우는 직업일 뿐. 차유진이라는 사람이 보고 겪는 일들, 만난 이웃들,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배우앞서는 글이 아니라, 인간 차유진, 쓰는 차유진이고 싶다는데... 뭔지 알 것 같더라고. 일과 나를 분리하고 싶은 그런 마음 있잖아. 차유진의 글을 아직 못 본 사람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어. 틀림 없이 좋아하게 될 거야. 차유진이라는 사람을.  


나는 일 때문에 본의 아니게 소통을 자주 하게 되었는데 편집을 마치고 배치 대기 상태가 되면 늘 연락을 주셨어. 내용은 쑥스럽지만 대부분 제목 칭찬이었어(원고는 나도 거의 손 볼 데가 없어서 따로 하실 이야기가 없기도 할 듯해 ^^).


제목 진짜....
제목이 3D로 확 들어온다.
제목의 신... 제가 대회 함 알아봐 드릴까 봐요....
제목 정말... 경탄해 마지않습니다. 이건 배울 수 있는 게 아닌데요...


2년 가까이 그분의 칭찬을 먹고 컸어. 세상에 칭찬 싫은 사람이 어딨어? 그만큼 제목을 뽑을 때 부담도, 긴장도 되지만 필자가 만족하는 제목을 뽑았다는 데 보람도 종종 느꼈어. 책에 소개된 문장, '취향 저격 제목'이라는 말도 차 배우가 해주신 말이었어. 그래서 어제 말이야... 비오 오고 그래서... <이런 제목 어때요?> 어떻게 읽었는지 물어보고 싶었어. 전에 내가 말했잖아.


https://brunch.co.kr/@dadane/551

 

몸을 움직이지 못할 때 머리로 생각하면 즐거운 일이 있었으니... 나만의 출간 프로젝트로 책을 읽으신 분들에게 짤막한 질문을 드려서 답변을 받아볼 생각이다(혹시 질문받고 싶으신 분들 손들엇!). 작가로서 행복한 시간은 아마도, 책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 부끄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한순간이지만, 감사한 시간임은 틀림없다. 내 글이 어느 부분이 독자의 마음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지 궁금하다. 이제, 그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한다.


손 드신 분은 딱 한 분. 그분을 포함해서 딱 3명에게 우선 물었는데, 차 배우가 가장 먼저 응답을 주셨어. 나 사실 좀 감동받았는데... 혼자만 보기 싫어서(^^) 다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 책 다 읽었어?

 그럼! 구입한 첫날 다 읽었지. 음성 지원으로 들려주듯 편안하게 술술 읽혔어.


-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이런 제목 어때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 줄 수 있을까?

제목 찾다 길을 잃었을 때, 내비게이션 같은 지침서.


- 가장 좋았던 부분이 어디인지 '대놓고' 물어봐도 돼?

책 속에서 여러 번 언급되었는데... 글의 내용이 좋으면 제목도 좋게 나온다는 거. 정신이 번쩍 들더라. 이제껏 써온 글들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가슴속 깊이 새겨뒀어. 기자님이 내 글에서 단번에 명제목을 떠올릴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게.


- 내가 제목을 뽑으면 늘 '취향 저격 제목'이라고 칭찬해 줬잖아. 왜 그런지 궁금했어.

적재적소한 위트감과 함께 글의 주제를 적확하게 짚어줘. 결국 내가 쓴 글, 문장, 단어 안에서 제목을 찾아주는 거잖아. 글의 주인조차도 보지 못하는 것을, 보석처럼 발견해 내는 능력이 정말 탁월해. 제목으로 붙여줬던 '어르신들 최후의 격전지가 될 삼거리마트' 때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가 않아. 단언컨대 내용보다 제목 덕을 톡톡히 봤다고 생각해. 내 글에서 기자님의 제목은 화룡점정 그 자체야.


https://omn.kr/258dm


- 어떤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인지 이야기해 줄래?

업으로든, 취미로든 글쓰기를 하고 있다면 제목 짓기에 고민앓이를 하잖아. 그런 부담감을 내려놓기에 더없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을 거 같아. 나도 몇 번 더 읽어볼 생각이야. 언젠가 나도 무릎 딱 칠 좋은 제목을 짓고 싶거든.


https://naver.me/59vv117S


- 브런치 연재할 때 타이틀이 '제목 레시피'였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먹고 싶은 음식을 떠올린다면 뭘까?

소이연남 베트남 쌀국수. 쌀국수의 재료들이 익히 단순하잖아. 근데 여기 국물 맛이 독특하고 아주 진해. 그래서 또 가게 돼. 기자님 책처럼 말이야. 전하고픈 이야기의 레시피가 간결하고도 정성스레 담겨 있어.  제목 짓다가 늪에 빠지면 구조요청 삼아 다시 책을 펼치게 될 거 같아. 아, 말하다 보니 또 소이연남 쌀국숫집 생각나네. 같이 쌀국수 브런치 데이트 어때?


- 바쁜데 이런 질문에 응답해 줘서 고마워.

즐거웠어. 반말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서면으로 하니까 친구랑 카톡으로 수다 떤 기분이야. 물론 인터뷰 후엔 다시 깍듯하게 존댓말로 돌아갈 테지만... 요. ㅎ


책이 궁금하다면,


http://aladin.kr/p/Oq6fw




광화문, 서촌 주변으로 쌀국숫집 수배령 내려야겠어. 날 추워지기 전에 한 그릇 하기로 약속. 다음은 어느 독자분이 응답해 줄지 기다려 볼게. 혹시 같은 질문에 자진해서 답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독자가 있다면 굳이 말리지 않을게. 대신 댓글로 꼭 알려줘. 방문할 테니. 새끼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 복사... 유치하다고 말리지 마. 나 이런 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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