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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경 Aug 28. 2024

'제목에 낚였다'는 말을 들었다

반응에 해당하는 문장이 있는데, 반응이 어디 있냐고 물으시면

베이비부머의 집수리 첫 기사였다.


노후에 건강하고 안전한 집에 사는 것이 고령자들의 희망이라는 점에서 집을 리모델링하며 느끼며 경험한 기록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좋은 연재가 될 것 같았다.


이사 가기보다 집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의 제목으로 글이 들어왔고, 70대에 이사보다 집 수리,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가 1차 검토자의 수정 제목이었다. 괜찮은 제목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사보다 집수리한 이유보다 아래 문단에 눈길이 갔다.


'집 대수선'은 무엇보다 가족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었다. 이 문제를 아내와 아버지와 상의했다. 의외로 두 사람은 긍정적이다. 마치 내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내는 내가 전혀 생각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지난해 말 본 며느리가 집에 오면, 며느리가 화장실을 쓸까 봐 내심 마음 졸였다는 얘기였다.


작정하고 낚으려고 했다면 '며느리, 화장실, 시어머니' 이 조합으로 제목을 뽑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백세 가까운 아버님 반응에 주목했다.


현실적으로 내가 그 나이인데 아들이 집을 고치자고 한다면, 그러라고 했을까?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가... 기자님이 쓴 이 대목에서 멈칫한 거다. '의외로 두 사람은 긍정적이다. 마치 내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라고. 이것을 나는 '아버지의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했고, 이 부분을 담아 제목으로 뽑았다.


46년 된 집 수리한다니 95세 아버지가 보인 반응


https://omn.kr/29vtf


그런데 이 글에 달린 댓글 하나가 내 시선을 끈다.

 


읽히는 제목을 고민했을 뿐, 낚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후배에게 농담 삼아 억울하다고 웃으며 하소연했더니 "아마 저 사람은... '반응' 이렇게 검색했을 것 같아요... 저도 가끔 검색할 때가 있거든요. 아마 그런 게 아닐까요..." 한다. 잉?


본문에 '반응'이라는 단어가 없어서 그랬다는 건데... '의외로 두 사람은 긍정적이다'라는 문장을 반응으로 이해를 못 하신 거라면 그럴 수도 있는 거겠군, 이라고 쓰지만 의아하긴 하다. '긍정적이다'에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는 의미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어찌 됐든 1편 기사는 잘 읽혔고 2편 기사도 기대된다. 다음에는 낚으려고 작정한(?) 귀여운 제목에 대해서도 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글은 쓰지만,

제목은 어렵다면!


https://omn.kr/29x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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