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 여름 문장 쓰기에 도전하다
운동하러 헬스장엘 가다가 발걸음이 동네 책방으로 향했다. 이런저런 책을 구경하다가 코미디언 이경규의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과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손에 들었다. 사고 보니 둘 다 삶에 대한 책이네. 이경규 책은 좋다. 쉽고 재밌고 잘 읽힌다. 어른 이경규의 생각을 알 수 있어 좋았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은 아직 펴보지도 않았다. 이유가 있다. 이건 용도가 있어서다.
하릴없이 인스타를 보며 시간을 때우다가 '뭔가'를 발견했다. 그냥 이름에 꽂혔다. '도토리책공방(@dotorybookstudio)'이라니. 거기서 나온 책이 아이와 <단둘이 북클럽>이라니, 이거 너무 내 스타일인데?
'단둘이 북클럽'은 나도 했다. 산에 함께 다녔던 금이와 3월부터 야심 차게 시작했는데 금세 시들해졌다. 그래도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조금 망한 사랑>은 읽었으니 이 또한 성과다. 다른 '단둘이 북클럽'도 있다.
현재진행형이기도 한데 약간 성격이 애매하다. 중2 아이와 함께 읽지는 않고 따로 읽는다. 아이만의 북트리를 만들고 있는데 그동안 아이는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구덩이>를 읽었다. 지금은 <나는 옐로우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있는 중이다(읽고 있겠지?).
수학, 영어 학원은 안 보내도 책 읽고 토론하는 수업은 보내고 싶은데... 영어 학원이랑 시간이 안 맞아서 방학 때만 수업을 듣고 못 다녔다. 그래서 그러면 엄마가 주는 책이라도 읽으라고 해서 시작된 '단둘이 북클럽'이다. 사실 '너혼자'에 가깝지만.
그런데 이 도토리공방에서 '계절독서'라는 걸 하더라. 벌써 '읽는 봄'이 끝났고, '읽는 여름'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이제 딱 한 자리 남았다는 경고 같은 글을 보던 내가 어느새 계좌이체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2일부터 계절 독서 '읽는 여름'이 시작된다(작명을 잘 한 것 같다). 벌써 가이드도 받았다.
1. 매일 아침 오늘 읽을 책을 공유한다.
2. 마음에 드는 문장을 여름노트에 필사한 후,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
3. 문장에 대한 대화는 수시로 할 수 있더. 책 추천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4. 6주간 100개의 여름 문장을 완성한다. 평일에 3개, 주말에 1개씩.
앞에서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지 않은 건 따로 용도가 있어서라고 했는데, 나는 이 문장을 고3 딸아이에 공유할 거다. '삶을 견디는 기쁨'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게 고3 딸아이였기 때문이다. 부제가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니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있을까.
견디는 삶이라면, 나도 할 말이 많은데(한 직장에서 23년 근무했으니 없기도 힘들겠다)... 내 말은 잔소리로 들어도 헤르만 헤세의 말은 다르게 들리겠지. ^^ 나도 또 새롭게 배우는 게 있을 테고.
D-1. 연습 삼아 써본 오늘의 여름 문장은 제목 그대로다.
삶을 견디는 기쁨.
이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었을지 40일 이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