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할 수 있다는 세상과 네가 뭘 하겠냐는 세상. 혼란스러운 공존
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본 글인데,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저장해 둔 것이 있다.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머무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는 댓글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자신의 실력이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에 상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이나 재능이 출중하지 않다는 것을 이미 스스로 알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를 두려워하고, 평가 혹은 좌절을 통해 성장하려고 노력하기보다 그저 '뭐든 할 수 있는 나의 잠재력'이 무한하다고 믿으며 '가능성'에 중독된다고 했다.
너무 내 얘기 같았다. 2020년 2월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지금까지 5년 동안 내가 그렇게 살았던 것 같다. 얼른 졸업해야지 하면서 졸업을 걱정하면서도 졸업을 한 뒤에 정말 전문가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저 '뭐든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능성'을 운운하며 지금 당장의 초라함을 감췄던 것 같다. 이 나이에 직업이 없다는 초라한 현실을 '마치 졸업하고 교수가 될 수도 있는 가능성'으로 덮으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졸업도 힘들지만 또 취직도 여전히 힘들다는 현실을 분명 알고 있지만, 그 현실은 지운 채 씁쓸한 마음과 자괴감이 몰아치는 날에는 '정말로 그런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혼자 믿으며 행복한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졸업을 위해서 공부도 해야 하지만, 공부를 하면서 적당한 소일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규칙적인 외출이나 사회생활도 중요하지만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돈이 얼마만큼은 있어야 하니까.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계속 구하면서 느낀 벽은 상당했다. 박사수료라는 애매한 학력은 고용주에게 부담이 된다고 했다. 아무리 내가 절박한 상황이라고 설명을 해도 "(고용주가) 뭔가 잘 못하면 신고할 것 같다."라며 채용이 거절되곤 했다. 그런 거절의 경험들을 통해, 내가 연구직 말고 다른 일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내가 선택했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도 강해졌던 것 같고, 그래서 졸업을 하겠다고 결심했지만 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조급해지는 것 같다.
'가능성'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기엔 딱히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내 삶이 조금 서글프다. 졸업을 해도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가 나를 보증하는 것도 아닌데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과 '그래도 또 모르는 거지!'라는 막연한 희망이 나를 괴롭게 한다. 대단한 실력도 성찰도 딱히 없고 성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적당히 어울리는 법도 모르는 내 모난 성격과 외곬 같은 성향이 오늘따라 더 미운 것 같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같이 일하고 싶은' 매력이 있어야 할 텐데 실력도 성격도 별로 좋지 않은 나를 누가 받아줄까? 세상 어딘가에는 내가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이래 저래 많은 생각이 든다.
참고: 인터넷에서 저장한 댓글 캡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