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은유적으로도 실제로도 뼈가 부러진 상황,
그동안 브런지에 글을 쓸 수 없을 만큼, 하루 종일 원고를 쓰고 수정하느라 너무 바빴다. 워낙 마감에 예민한 성격이라 몸도 많이 아팠는데 그 와중에 마주한 조카가 너무 귀여워서 안아주다가 삐끗하는 일도 있었다. 안아주다가 뭔가 힘이 빠져 조카를 놓칠뻔했고, 다행히도 쇼파 위로 넘어져 조카는 별일 없었지만 나는 갈비뼈 주변에 담이 왔다. 매일 앉아있느라 이래 저래 아프면서 왜 조카를 안아 올렸을까 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큰 사고가 나지 않았기에 그렇게 안도했고, 나는 파스를 매일 갈아 붙이면서 후회를 하고 있었는데 통증이 도저히 나아지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아마도 감기로 이미 금이 갔던 것 같고 조카를 들어 올리는 중에 골절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골절을 방치한 탓에 염증도 심각한 수준이라 염증을 완화하는 비싼 주사도 맞았고 소염제에 진통제에 이것저것 복용하면서 또 약에 취해서 헤롱헤롱거렸다. 절대로 걷지 말고 그저 눕거나 앉거나 하라는 말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원고를 제출하고 조금은 자유롭게 지낼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심사위원의 답신이 도착했다. 내 원고의 부족한 부분을 완곡한 표현으로 팍팍 때리시는데 말 그대로 '뼈를 맞았고' 나는 하루 종일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아픈지 반추하다가 처음 학술지에 도전한 뒤, 뼈를 맞고 드러누웠던 때가 떠올랐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온 세상이 아는 나의 원고의 부족함을 '심사위원'에게 들을 때, 나는 적정한 수치심을 넘어서 "나의 재능 없음"을 고민하는 것 같다. 당연히 완벽하지 않은 나의 원고를 누군가의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고 보완하면 되는 것인데, 자꾸 "역시 나는 안 될 새끼"라는 생각으로 귀결하게 된다. 물론, 일부러 미흡하게 쓴 것은 아니다. 진짜 최선을 다했고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내가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나의 한계가 있었다. 알면서도 고치지 못했고 시간이 많았어도 아마 못했을 부분이었다. 막연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정확히 뭘 고쳐야 할지 가늠조차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누군가가 그 부분을 정확히 짚으며 대안도 제시해 준 것이다. 지금생각하면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일단 골절을 당하면 아파서 눈물만 나는 법이다.
막연히 파스만 갈아 붙이던 나에게 골절이라는 진단과 두 달 정도 운동하지 말고 아프면 진통제를 복용하라는 처방을 준 의사와, 내 원고의 수정할 부분을 알려준 심사의원은 사실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내 성격의 특이한 부분도 있다. 나는 당연히 근육이 놀랜 줄 알았는데, 골절이라 진단을 받아서 처음엔 쉽게 믿지 못했다. 의사가 초음파와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주어 믿게 되었고, 얼떨떨한 기분에 2-3일 정도는 헛웃음이 많이 났던 것 같다. 어떤 진단을 받을 때 뭔가 어리둥절하고 내가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반영하는 것에 시간이 좀 걸리는 타입인 것 같다. 또 날이 따뜻해지면 조금씩 러닝을 시작하려고 목표했기 때문에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이 늦춰지겠구나 싶어서 좌절한 것도 있었다. "나도 뛰고 싶다."라는 생각을 누르면서, 또 지겹게 한 달여 시간 동안 그저 걷고 스트레칭을 하는 등 움직임을 자제해야 하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하고 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논문도 마찬가지다. 그렇게까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수정 후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으니, 내가 그 정도로 못했나? 싶은 마음이 나를 집어삼켰던 것 같다. 내 원고를 자세히 읽어주신 것이 진짜 감사한 일인데, 뭔가 그냥 넘기기엔 원고 퀄리티가 별로 좋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하루 정도 푹 쉬고 나니, 조금 생각이 정리되긴 했다. 내가 주 3회 정도 10킬로 러닝을 꾸준히 하고 싶고, 1년 뒤에는 하프 마라톤에도 도전하고 싶은 막연한 목표가 있는 것처럼, 학위를 따고 졸업을 하고 싶은 막연한 목표가 있으니까. 지금 내가 답답한 마음도 좌절하는 마음도 어쩌면 당연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록 당장 오늘이 조금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에 눈물이 나더라도, 일단은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완벽하지 않을 것이란 것, 원고에 대한 피드백은 계속 받을 것이고,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는 내일이 있다는 것도 꽤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걸을 수 없지만 뼈가 잘 붙고 있으니 다음 달에는 슬슬 산책할 수 있고, 지금 당장은 통과가 아니지만 몇 가지 수정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으니까. 오늘은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